꽝이어도 오르면 되지!

by 서린

글 앞에 앉은 지금,

나의 기분은 마치 등산을 하다 암벽을 넘어

험난한 코스를 다 오르고

마침내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 기분이다.



2025년은 그런 해다.


새로움으로 가득했고,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지만

그 안에서도 참 많은 인연을 만났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내게 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귀한 선생님과 멘토들,
함께 걸어갈 사람들을 만났다.


그 안에서 나는, 확실히 조금 더 강해졌다.



모든 고통은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하던데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했고,

사람 때문에 정말 살 것 같기도 했다.



힘들어보니
사는 맛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고
아파보니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오늘도 그냥 자려다가,
타협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급히 글을 끄적여 본다.


엊그제 들었던 말인데

일기 쓸 거면 혼자 쓰라는 말이 떠오르지만
지금은… 뭐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
그리고 정신이 조금 더 차려지면
해야 할 것을 조금 더 잘 해내면 되겠다.



윤집궐중(允執厥中).
‘진실로 그 중(中)을 잡아라’는 뜻이다.



요즘 나는 이 말을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자기 양심의 중심을 끝까지 붙드는 태도쯤으로 읽는다.



삶에 적용해 본다면,


1번. 모두가 한쪽으로 쏠릴 때 침묵하거나 편드는 대신 내가 지금 서야 할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가를 묻는 것.

2번. 관계에서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를 버리지 않는 것.

3번. 감정에 휩쓸리지도, 감정을 억압하지도 않는 정확한 거리를 아는 것.


…등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직

1번, 꽝.
2번, 꽝.
3번, 꽝.


그런데도 분명한 건
작년보다 올해 내가 더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비록 내가 오른 산이 동네 뒷언덕일지라도

나는 분명 올랐고,
고비를 넘겼고,
다시 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내 얼굴에는 작지만 분명하고

뿌듯한 미소가 남아 있다.





기대되는 2026년.

윤집궐중.


다시, 중으로.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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