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진로상담을 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어 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을 의미한다.
진로상담이기에 미래 지향적인 대화다. 물론 대화 안에서 과거 이야기도 나온다. 미래를 힘 있게 그려나가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조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필요하다.
내 경험상 '이런 길이 좋더라.' '저런 방식이 좋더라.'를 많이 채택해 봤던 것 같다. 그런데 결국 그 조언도 나만의 철학과 사고가 단단하게 뒷받침되어있지 않으면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왔던 것 같다. 이 길이 진짜 맞는 길인가?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땐 어김없이 내가 최초에 행동을 시작하기 위한 선택과정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나는 멘티 친구가 진로상담을 통해 물론 진로에 대한 방향성이나 확신을 가지면 좋을 것 같지만 내가 진짜로 전해주고 싶은 것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다.
말이 진로상담이지 결국 성찰력을 키워주고 싶다. '코칭대화'를 이용하여 살면서 어려움이 부딪혔을 때 스스로 일어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알려주고 싶다. 그 힘은 결국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힘이며 자신의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나 무엇이 문제이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이다.
배움은 끝이 없고 나도 갈길이 멀긴 하다. 그래도 아주 조금 먼저 배운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질문의 끝에 내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혼신의 힘을 다해 무언가에 매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
우리는 1년 동안 2주마다 만난다. 1년의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에 매번의 만남이 굉장히 신중하다. 마음으로는 멘티 친구가 원한다면 1년이 아닌 10년 이상의 관계로 이어지고 싶다. 하지만 멘티 친구가 공식적으로 기업 후원을 받는 기간은 1년이기에 나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세 번째 만남을 앞두고 나는 순수한 '대화'에만 집중할지 아니면 대화를 좀 더 잘 진행시키기 위해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굉장히 고민이 된다. 미래 지향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생각을 좀 더 진취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는 그런 힘을 특별히 기르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제시된 눈앞 목표만 바라봤을 뿐 내가 10년 뒤의 삶을 체계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던 것 같다.
대화에서 나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가이드를 제시해 주거나 설명을 크게 이어나가지 않는다. 사소하게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을 찾아나가는 힘을 길러주고 싶으며 나는 분명 우리 모두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존재는 존재로서 온전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친구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매번의 만남에서 어떻게 대화를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이어진다. 사람마다 성찰하는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나의 선택이 조금씩 달라진다.
고민을 거듭하다 상위 자격을 가진 코치님께 코칭을 받았다. 코치님께서 만다라트라는 도구를 사용해 봄이 어떻냐고 제안해 주셨다. 좋은 생각이다 싶었다. 다만 나 역시 매 선택에 있어 납득이 되어야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있다. 많은 경험이 있으신 분의 조언이 80 퍼센트 방향성을 제시해 줬다면 남은 20 퍼센트는 나 스스로의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가로막는 20 퍼센트 안에 혹여나 만다라트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대화의 주도권이 상대방에게서 내게 넘어올까봐에 대한 불안이 자리했다.
20 퍼센트의 확신을 가지기 위해 고민의 고민을 계속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경험 많으신 분들의 조언을 그대로 수용했을 터이다. 그런데 진실로 나의 중심을 잡으려면 남은 어떠한 의구심도 남기지 않고 납득해야 한다. 며칠 뒤 코칭을 하루 앞두고 40분 동안 책상에 앉아 충분히 생각해 본다. 충분히 생각해 보고 장단점을 따져보니 발상의 전환이 떠오른다.
'그래 꼭 만다라트 도구를 쓴다고 대화의 주도권이 넘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내가 버크만이라는 성격, 적성, 진로, 흥미 검사를 많이 진행했어서 정보전달을 하게 될까 봐 연장선상에서 긴장을 했구나.' '나는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화두만 제시하고 상대가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줄 수 있어.' 하는 생각이다.
내 삶엔 20 퍼센트의 확신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진심을 다해 무언가에 혼심의 힘을 기울일 수 있다. 만다라트는 수도 없이 해본 평범한 도구지만 내가 고민을 하고 접근하느냐 아니냐는 내가 진로상담을 통해 전해주고 싶은 철학과 가치에 얼마큼 부합하는지를 결정한다.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힘들 때 경험자는 상대방에게 안전한 길을 제시해주고 싶거나 장애물을 막아주고 싶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 우리 부모님이 헤어릴 수 없는 사랑으로 내게 안전한 길을 제시해 줬지만 결국 내게 필요했던 것은 스스로 일어나는 힘이었다.
스스로 사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어떻게 잘 길러줄 수 있을 것인가는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가 상담하는 자립준비청년 친구에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상대방을 온전히 믿는 마음.
나는 모든 인간은 문제에 대한 답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고 스스로 생각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