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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elly May 19. 2022

바라만 보던 당신

ONE WAY


순간 설레었지만
당신과의 선은 내가 그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났고, 친구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날도 당신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당신의 눈은 나에게서 떠날 줄 모르더라.


다음 수업으로 이동하는 다른 친구들을 제외하고 나와 둘만 남은 당신은 말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입을 떼기만 하면 다시 나에게 집중하는 당신이 너무 신기했다.


"신기해."

"뭐가?"

"내가 입만 열면 나한테 집중하는 게 느껴지거든. 나 선생님 해야 할까?"


무심코 던진 나의 말에 미소 짓던 당신은 수줍은 듯 이야기했다.


"네가 이야기할 때면 주변에 다른 소리가 안 들려. 네 말만 들려."


당신의 따스한 말과 표정이 진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빤히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애써 피하던 당신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당신의 행동에, 당신의 말에, 당신의 표정에

순간 설레었지만 당신과의 선은 내가 그었다.

받아줄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외사랑을 외면했다.


언제나 당신의 시선이 나를 쫓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몰랐다고 하기에는 언제나 나만 바라보던 당신이었다.

그러나 따스한 당신에게 내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닌 '우정'이었다.


당신이 나를 바라만 보듯, 그때의 나는 당신이 아닌 다른 이를 바라만 보던 때였다.


나를 바라만 보던 당신이 다른 이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내가 뒤돌아 당신을 바라보니 당신의 뒷모습만 보이더라.


그래도 참 다행이었다.

당신이 더 이상 바라만 보지 않고 다른 이와 마주하게 되었기에 말이다.







Gratisography 님의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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