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산후조리를 도와주시고 내려가신 후, 생후 84일 아기와 단둘이 보내는 하루가 시작됐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홀로 보낸 육아 첫날이 끝나고 퇴근한 남편과 얘기를 나누며
오늘의 육아 점수를 매겨보기로 했다.
100점 만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그날의 육아는 괜찮았다는 뜻이다. 점수는 아기의 컨디션과 나의 컨디션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주관적으로 매겨진다. 아기가 순했더라도 내가 그날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점수가 낮을 수도 있고 아기가 힘들게 했더라도 내가 체력이 좋아 견딜만했으면 점수가 높아진다.
사실, 오늘의 육아 점수가 몇 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퇴근한 남편과 오늘의 육아 점수를 매기면서
오늘 하루 아기와 보낸 일상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하게 되고 아기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 기분, 내 마음 상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된다. 스스로는 하루를 돌아보며 아기에게 고마워하기도 하고 내일은 더 많이 놀아줘야지, 진심을 다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기도 한다.
일주일 정도 오늘의 육아 점수 매기기를 해보니 점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엄마의 불안'이다. 아기가 기침을 했다. 아기가 토를 했다. 이런 작은 이벤트 같은 일이 있으면
갑자기 아기가 어디 아픈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마음에 싹트면서 체온계로 수시로 열을 잰다. 내가 유모차 산책을 다녀와서 그런 건가. 내가 남은 분유를 더 먹여서 그런가. 하며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다.
그리고는 맘 카페에 생후**일 기침, 생후**일 토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며 글을 읽다 보면 마음에 싹튼 불안감은 더 크게 자라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럼 그 이후부터 아기와 놀아주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아이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이런 엄마의 불안은 아기에게 당연히 전염되어 아기도 불안해지고 더 보채기 시작한다.
사실 우리 아기가 어디 아픈 거 아닌가 하고 걱정했던 날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곤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무수히 쓸모없는 걱정들을 하고 살았는지를 자꾸 잊어버린다.
아기도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린다.
그러니 모든 게 다 내 탓인 거 같고 내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배고프면 울음으로 먹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졸리면 눈을 비비고 머리를 긁으며 졸리다고 할 줄 아는 아기인데 작은 기침소리 하나에 불안해지는 엄마는 아기 앞에서 불안을 감추지를 못한다.
아직 너무 어리고 연약한 존재니 늘 예의 주시해야 하는 건 맞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아기를 대하지는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
아기가 절대로 아프지 않으면서 클 수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는데 아기가 아플까 봐 너무 불안해하고 체온 0.1도에도 너무 예민해지는 초보 엄마다.
닥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아기에게 더 많이 눈 맞춤하고 웃어주고 안아줘야지. 이런 마음이라면 내일의 육아 점수는 오늘보다는 높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