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두달이 조금 지나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을 태어나서 처음 가본 것도 아닌데, 출산 후 간 목욕탕은 이전에 내가 다녔던 목욕탕과는 달랐다.
아주 어린 여자아이부터 곧 생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까지 모두가 나체로 모인 곳.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목적 하나로 여자들이 모여 씻는 그 곳에서,
난 여자의 일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처녀시절에는 내 몸 씻기 바쁘고 다른 사람의 벗은 몸을 쳐다보는게 부끄러워 일부러 시선을 두지 않았지만
아기를 낳고나니 내 몸이 달라진 만큼, 다른 사람의 몸이 궁금하여 시선이 향하였다.
노골적이고 밍구스럽지만 달라진 내 몸을 설명하자면,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배에 있고 모유수유를 위해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출산 후 두달이 지나니 바람빠진풍선처럼 축 쳐지고 분홍빛이던 유륜은 새까맣고 초코파이 크기만큼 커져버렸다.
이런 내 몸은 여자의 일생 전반을 펼쳐 뒀을때
어찌보면 여성호르몬이 가장 피크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거 같다.
목욕탕에는 2차 성징이 막 시작된듯한 여자 아이들도 있고
그만한 딸들을 키워낸 40대 후반의 엄마들도 있고, 손녀가 있을법한 할머니들도 있다.
배에 나와 똑같은 칼자국이 있는 분들을 보면 '아, 저 분도 제왕으로 출산하셨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
출산 전의 내 모습처럼 탱탱한 가슴을 가진 분을 보면 '아직 출산을 하지 않으셨나보다' 하고 생각한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다니는 할머니를 보면 저 몸으로 자식은 몇 명을 출산하셨을까 하고 생각한다.
젓살이 빠지지 않아 통통한 여자아이들을 보면 저 아이들도 언젠가 자라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겠구나.
아이들의 엄마처럼 나도 점점 나이가 들면 내 몸이 저렇게 변하게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목욕탕에 모인 여자들을 보며
인간의 몸에서 또 다른 인간을 품고, 낳고, 또 젖을 먹여 살 찌우는
여자의 숙명에 대해 생각한다.
어찌보면 축복이기도
어찌보면 가혹하기도 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