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이 데이트를 했더니

육아 해방 일지 후기

by 라라랜드

우리 부부는 연애 7년 차에 결혼을 하고 만난 지 10년 차에 아이를 낳았다.

연애기간이 길다 보니 둘이 노는 게 제일 재밌고 서로가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다.


10년을 둘이 놀았으니 이제는 아기와 셋이 노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지만

아직 젖먹이인 아기와 같이 다니기에는 한계가 있고 모시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둘이 데이트하는 느낌은 느낄 수 없다.


육아 피로 게이지가 점점 차오름과 동시에 남편과 둘이서만 놀던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던 시점에

친정 부모님께 SOS를 쳤다.


그렇게 얻게 된 우리의 귀한 육아 해방일


무얼 할까 고민하다 아기와는 같이 갈 수 없는 곳에 가자 싶어 겨울 온천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한 명은 운전석, 한 명은 뒷좌석에 앉다가 둘만 있으니 예전처럼 조수석에 한 명이 탈 수 있다.

요즘 최신곡부터 둘만의 추억이 담긴 노래까지 섭렵하며 타이니 모빌과 아기체육관 노래에 중독된 귀를 씻으며 목적지까지 향했다.


주말 이른 시간임에도 스파랜드에는 아이와 같이 온 가족들이 많았다.

이제 우리도 한번 신나게 놀아볼까? 하고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노는데

집에 두고 온 아기와 비슷한 또래의 아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머, 저 아기 좀 봐ㅠㅠ 수영복 입은 뒷모습 너무 귀엽지 않아?'

'아직 분유를 먹는 걸 보니 돌이 안된 거 같지 않아? 우리 애랑 몇 개월 차이 안 나는 거 같은데?'


아기를 낳기 전에는 다른 가족들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데이트를 하니 아기랑 같이 놀러 온 가족들만 눈에 들어온다.

집에 두고 온 아기랑 같이 놀고 싶어지고 아들, 딸 있는 가족을 보고는 둘째를 낳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분명, 우리는 육아로부터 해방하고자 귀한 기회를 얻어 데이트를 나왔는데

온통 아기 생각과 아기 이야기뿐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또 육아가 힘들어

'아기가 잠 좀 많이 잤으면 좋겠다', '둘이서 자유롭고 싶다' 할 거면서 말이다.


보고 싶은 마음에 영상통화를 했더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있는 아기가 울먹이며 화면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엄마를 알아보는 거니? 너도 엄마가 보고 싶은 거야?


마음 같아선 곧장 집으로 달려가 아기를 안고 싶었지만

그 마음은 10분 이상 지속되지 않을걸 알기에

꾸역꾸역 해 질 때까지 육아 해방일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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