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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Jun 26. 2024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최고의 칭찬


"I want to congratulate you and your team for the magnificent atmosphere of hospitality that you created with your excellent job and permanent kindness."

(뛰어난 업무 능력과 변함없는 친절로 멋진 환대 분위기를 조성한 당신과 당신의 팀에 축하를 전합니다.)


"Your commitment and dedication to this project was tireless, and that is something you don't find everywhere. It is really unique to see a team with such a good vibe."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은 지칠 줄 모르는 것이었고, 이는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가진 팀을 본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I knew you could do it, and you did it very well."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훌륭히 해냈습니다.)


조직검사 결과 후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전이 여부 확인을 위해 CT를 찍고 추가로 ki 지수 검사를 진행한 후 아직 결과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로 1주일의 회사 행사를 진행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무사히 끝났고, 여러 외국 손님들로부터 훌륭한 행사에 대한 감사 서한이 접수됐다. 그들이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따스함으로 다가왔다.


'permanent kindness.'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단어의 조합은 무엇이란 말인가. 영원한을 뜻하는 permanent와 친절을 뜻하는 kindness라니. 영원한 친절함. 이 정도의 극찬을 들을 자격이 있나 싶었다.


'team with such a good vibe.' 해석하면,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팀 이란 뜻이 된다. 우리 팀은 다른 팀보다 사이가 좋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팀원들이 있기 전 신입들의 줄퇴사가 있었고, 나 혼자 팀을 이끌어가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의 팀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지시하지 않아도 업무를 척척 해내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예뻤다. 그래서 최대한 편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했고, 일은 어렵더라도 출근하고 싶은 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분위기가 행사 중에도 묻어난 게 아닐까 싶다.


여러 칭찬들 중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칭찬은, 사실 행사가 끝나고 한참 뒤에서야 해외 업체의 친한 직원으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She said you were kind of glowing when you were working. A rare girl, she said.”

(네가 일하는 모습이 뭔가 빛이 났다고, 보기 드문 사람인 것 같다고 하더라.)


행사 기간 동안 여러 해외 회사들과의 소규모 미팅이 있었는데, 그중 한 직원이 돌아가서 동료 직원에게 내가 대단해 보이더라며, 일을 하는데 빛이 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고 한다. 단순히 “일 잘하더라“가 아닌, ”일을 하는데 빛이 난다“라. 난생 처음 듣는 신선한 칭찬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우리는 일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을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한단다. 내 상황이 그랬다. 직장암이라는 상상도 못 한 진단을 받고, (전이 확률은 높지 않을 것 같다고 했으나) 어디까지 전이가 됐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내가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스스로 상기시키기 위해 더 행사 준비와 진행에 매진했다. 결론적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여러 불평불만이 있었지만 사실 암 진단을 받고 큰 버팀목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여러 복지 혜택이 있고, 내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병환위로금까지 챙겨주는, 휴직 마지막 날 서프라이즈 페어웰 파티를 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지금의 직장이었다.


어쨌거나, 행사는 마쳤고 나는 휴직에 들어간다. 잘 있어라 회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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