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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Jul 10. 2024

크롭탑을 샀다

슬기로운 휴직생활


벌써 휴직 4주 차다.


첫 주는 밀린 잠도 좀 자고, 50번도 더 본 최애 미드도 또 보고, 오랜만에 명상의 시간도 가지면서 그동안 일과 육아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돌봤다… 라고 쓰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퍼져있었다.


이러다간 아무것도 안 하고 휴직이 끝나버릴 것 같기도 하고 수술 후 회복을 위해서라도 체력을 비축해두어야 할 것 같아, 둘째 주부터는 오전에 필라테스 일정을 넣었다. 이준이를 등원시키고 난 뒤 생애 첫 1:1 필라테스 수업을 다녀왔다. 누가 다리미로 내 등을 쫙쫙 펴고, 있는 줄도 몰랐던 내 몸속 근육 곳곳이 스트레칭되는 느낌. 내 평생 운동과는 거리를 두어왔어 그런지 겨우 한 번의 수업이었는데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집에 와서 이 동작 저 동작 어설프게 복습해 본다.


다음 날, 오늘은 필라테스가 없지만 어제 했던 수업 덕분에 아직도 몸이 가벼운 느낌이다. 이준이를 등원시키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산책로 끝 편에 작은 공원이 보여 몇 바퀴 돌고 나니 땀이 난다. 슬픈 발라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운동하며 듣는 걸그룹 노래는 흥이 난다.


다음 날, 다시 필라테스 수업이 있는 날이다. 역시나 땀이 뻘뻘 나고 팔다리가 바들바들 떨렸지만 너무 개운하고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오늘은 수업 후 바로 공원으로 향해 빨리 걷기와 조깅을 1시간 더 한다. 이 시간에도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복을 갖춰 입고 조깅하는 비슷한 나이 또래들도 있고, 손 잡고 산책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다. 회사에서 업무에 시달리다 겨우 점심은 뭐 먹지, 생각하던 이 시간에 이곳은 다른 세상 같다. 나도 그 속에 섞여 한참을 신나게 걷고 뛴다.


다음 날, 이젠 내 아침 루틴이 생겼다. 필라테스가 없는 날은 이준이를 등원시킨 후 공원에서 조깅. 필라테스 가 있는 날은 등원 후 필라테스 수업 후 공원 조깅. 다녀와서는 샤워 후 휴직 선물로 받은 민트팩을 하고 과일과 견과류를 포함한 건강한 식단으로 점심을 챙겨 먹는다. 오후에는 글도 쓰고 책도 좀 읽고 영어공부도 좀 하고 영화도 보러 간다. 오늘은 오랜만에 쉬는 남편과 미술관에 다녀와야지.




필라테스 3주 차. 아직 “필린이”지만, 동작의 정확성을 위해 몸매를 봐야 해서라는 명목으로 크롭탑을 샀다. 사실은 무슨 자신감인지 허리가 좀 잘록해진 것 같아 거울에 비춰보며 운동하고 싶어 샀다. 내가 스포츠 매장에서 크롭탑을 사는 날이 오다니.


필라테스만 추가됐을 뿐인데 휴직의 시작이 활기차다. 이제 내 인스타 피드는 필라테스와 홈트, 건강 식단 콘텐츠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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