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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Aug 06. 2024

입원 전 아이가 내게 건넨 말

엄마 수술 안 해도 예뻐


내일모레면 입원이다. 의료파업 덕분에 진단 이후 수술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별 것 아닌 수술이라지만 ‘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새삼스럽다. 그저 ‘수술받고 푹 쉬다 복직하지 뭐,’ 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날짜가 다가오니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고 의사가 했던 만일의 상황 하나하나가 또렷이 떠오른다.


오늘 저녁 하루 일찍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내일은 입원 전 영화도 보고 남편과 온전히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아이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이제 사리분별 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갑자기 자신만 할머니댁에서 한동안 지내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을 것이다. 어디 갔다 왔냐며, 왜 이렇게 오래 있다 왔냐며 원망도 할 시기다.


아이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상황을 설명해 주기로 마음먹고, 잠시도 앉아있길 힘들어하는 우리 집 4세 남아와 대화를 시도했다.



“이준아, 여기 좀 앉아봐. “


“엄마, 왜?”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빨리 대화를 끝내고 놀이를 하자는 듯 앉자마자 엉덩이를 들썩인다.


“이준이 내일 할머니댁에 가서 몇 밤 자고 올 거야. 근데 엄마랑 아빠는 이준이랑 같이 안 자고 올 거야. 이준이만 자고 올 거야.”


“왜? 엄마랑 아빠는 어디 가?”


“엄마가 배가 아야 해서 아빠랑 같이 병원에 가서 자고 올 거야. 의사 선생님이 엄마 아픈 배 치료해 주는 ‘수술’ 이라는 걸 할 거야. 이준이도 지난번에 아파서 엄마랑 병원에서 잤었지? 그때처럼 엄마도 병원에서 자고 올 거야.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있으면 엄마 아빠가 다시 데리러 갈 거야, 알겠지?”


“응, 알았어. 근데 엄마.“


“응?”


“엄마는 ‘수술’ 안 해도 예뻐. (방긋)”



하회탈처럼 해맑게 웃으며 엄마가 예쁘다 하는 아이를 와락 안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겠지만, 엄마를 생각하고 저런 말을 해주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아이도 나를 꼬옥 안아주고는 이내 함께 자동차 놀이하자며 손을 잡아끈다.


말이 트이고는 부쩍 애정표현을 많이 하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집에서 홈트를 할 때마다 ”엄마는 운동 안 해도 예뻐,” 샤워 후 머리를 말리려고 하면 ”엄마 머리 안 말려도 예뻐,“ 화장하게 잠시 혼자 놀고 있으라고 하면 “엄마 화장 안 해도 예뻐,“ 한다.


하루는 먼저 일어나 웃는 모습으로 나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아이에게 “엄마 왜 그렇게 쳐다봐?” 했더니 “응, 예뻐서.” 라고 한다. 예쁘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엄마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우리 집 사랑둥이 네 살배기.


엄마 힘내서 잘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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