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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렌 Oct 21. 2022

우울증 휴직 한 달, 내가 깨달은 것


   첫째, 나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개체일 때 가장 자유롭다.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혼자 일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외부 자극은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전통적인 집단에 대한 소속 욕구는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이를 벗어난다고 해서 두려워할 것은 없다. 전통적인 집단에 속해야 안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타자에 의한 강요이며 착각이다.


   둘째,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게으르고 쾌락에 약한 사람이 아니다.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정한 일을 해낸다. 음식과 각종 미디어, SNS 등을 적절히 절제할 줄 안다. 생활 패턴은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뿐이다. 내가 자제심을 잃은 채 음식과 정크 인포메이션을 폭식하고 시간이 없다며 정작 책과 예술을 탐미하지 못하는 것은 자유롭지 못한 생활 속에서 탈력 하기 때문이다.


   셋째, 독서는 내 마음의 양식이며, 내게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우울증으로 인해 난독증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착각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책이 술술 읽히고, 많이 읽으니 글도 잘 써진다. 


   넷째, 나는 저녁 운동보다는 아침 운동에 더 걸맞은 사람이다. 기상 직후의 공복 운동이 생활에 활력을 준다. 하지만 이 또한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다섯째,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좋아하고 도전하는 걸 즐긴다. 내가 하는 일에 쓸데없는 일은 없다. 실패했더라도 그 과정이 있기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내가 있다. 그리고 우울증으로 무기력하더라도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순간은 없다.


   여섯째, 어차피 나의 우울은 치료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전부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우울은 나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이를 잘 이해하여 조절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긍정해야 한다. 나는 나에게 기회를 줘야만 한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질릴 때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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