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해지려는 노력
연애와 신혼 시절, 깊은 대화를 좋아했다.
가치관, 철학, 삶의 방식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소소한 하루의 감정들에 공감해주는 대화가 좋았고,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요즘 대화는 사뭇 달라졌다.
“어린이집 알림장 준비물 봤어?”
“낮잠 재운 거 맞지?”
“간식 떨어진 거 사야 해."
“물티슈 잊지 말고 꼭 챙겨."
빨라진 속도로 체크하듯 하는 대화가 대부분이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업무 공유 느낌에 가깝다.
집안일을 하면서
출퇴근길에,
지나가며 바쁘게 던진다.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 있는
맞벌이 부부의 현실이다.
육아는 참 예상과 달랐다.
남편과 날 닮아(?)
순할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는
잘 안 먹고,
잘 안 자고,
까다로웠다.
영아산통, 배앓이, 이앓이, 그리고 야경증.
4년 동안 우리의 통잠을 도통 잘 수 없게 하는 아이.
아무리 노력해도 밤 12시 넘어 겨우 잠드는.
누가 봐도 ‘난이도 상'의 우리 육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힘든 육아는 부부 모두를 소진시킨다.
한 명이라도 아픈 날엔
다른 한 사람이 ‘두 배’ 더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다.
팀플 과제에서 한 명이 손 놓으면 나머지 팀원이 죽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일상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 건
말투였다.
다정하고, 웃음 많기로 유명했던 나는
일상이 지칠수록
체력이 떨어질수록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답하는 날이 많아졌다.
“하, 나 지금 너무 힘든데...
좀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어느 날,
남편의 농담에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에게 스스로 놀란 뒤,
나는 바로 스케줄러를 열어 적었다.
"어떻게든 체력을 키우기"
그 이후 나는
매일 어떻게든 헬스장에 간다.
매일 어떻게든 영양식을 챙겨먹는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서로에게 다정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회복하고,
웃을 수 있는 힘을 만드는 노력을 한다.
또, 늘 속으로 되뇐다.
저 사람도 힘들어.
나라도 웃어주자.
예쁘게 말해보자.
우린 한 팀이잖아.
스스로 내준 매일의 숙제다.
체력이 없으면 다정하기도 힘들다는,
육아의 교훈을 안고
나는 오늘도 노력할 것이다.
우린 어떤 어려움에도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 부부니까.
그리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부모가 보여주는 게
아이에게도 최고의 교육일 테니까.
--------------
제 글에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
기다려주세요.
곧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