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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e Lutens Jul 24. 2023

<지치고 힘들 때>

알려지지 않은 경로를 찾는 과정은 항상 두려운 일이다. 히혼으로 가서 해안길을 따라 걸을 것인지, 오비에도로 가서 처음 알려진 산길로 갈지 모르겠어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야산을 걸었던 두려움이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갈림길이 나왔을 땐 그래도 조금이라도 익숙해진 해안길을 따라 히혼 방향으로 갔다. 덕분에 싸고 맛있는 바깔라오를 실컷 먹었던 기억도 난다.


애송이 과학자인 내가 배우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이 없어보이는 것들을 연결하여 길을 찾아내는 것.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처음 전화기를 발명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들이 이어지고 끊어지고를 반복했을까. 침묵 속에 그런 일들을 버텨내면서 걸어간다. 예쁜 명주 실을 나일론 실로 바꿔도 보고, 한 가닥이 아닌 두 가닥의 실로 무장을 해도, 허탈하게 싹둑 잘려나가는 걸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사실에 스스로 나약해진다. 어둠 속에 그만 주저앉아 버린다.


오히려 알려지지 않아서 소위 ‘뽑아먹을’ 게 많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마치 빈 종이에 두 점을 찍어놓고 선을 잇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뽑아먹을’ 게 많다는 것이, 지뢰가 없는 지뢰찾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죄다 무슨 다 관련이 있대. 이걸 찾는 게 대단한 일이 맞긴 한거야?  


지치고, 힘들고, 두렵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제 갈길을 간다. 훈트 규칙을 따르는 전자들처럼 각자의 비눗방울을 터뜨리지 않으려 차가운 배려를 한다. 이 어둠이 걷힐 때까지만 들뜬 상태를 누군가가 만들어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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