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가득 머금은 밤 공기를 느끼는 피부는 눈치없이 뽀송뽀송하다. 눈이 감기는 것을 버텨내며 넘치게 받은 공기를 펴바르는 이유, 아니,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흙 속에 묻혀있는 우리의 심장이 아직 여전히 뛰고 있다면, 언제나 어느 곳에서부터 달릴 준비를 하는 거야. 우선순위는 제쳐놓는 해방감일 수도, 오아시스를 향한 부질없는 집념일 수도 있어. 방향은 내가 정할 거야. 근사한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침대에 뒹굴던지, 책상에 앉아 고뇌한 흔적을 꺼내던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몰라도 무섭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게 더 무섭지 않을까?
쓸데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글을 쓴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 떠다니는, 자욱하지도 않은 연기를 노트에 펼쳐놓는다. 그래도 열심히 포집하니 솜사탕 한 입 거리는 된다. 그 맛에 글을 쓰는 것이지 뭐. 두 줄이 살벌하게 그어진 흔적이 빼곡하다. 그건 눌러붙은 설탕 덩어리이자 소보로 크런치 같은 것이어서 그것도 괜찮다. 이유가 없어도, 공감이 없어도, 소중한 진심을 모아 늘려가면서 내일이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