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되기

인스타그램 비활성화 D+15

by seri


[속보] SNS 중독 권모양, 15일째 인스타그램 안 들어가 충격...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소위 '인스타충' 권모양이 일주일째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해 팔로워(2인)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벼운 세상이다.

SNS 팔로우, 좋아요 버튼으로 사람이 이어지는 세상. 뒷집 개 변비 걸린 것도 기사에 나올 것 같은 이상한 세상. 이 세상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인스타그램을 끊고 글을 쓴 지 2주가 넘은 것 같은데 내가 계정을 비활성화했단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딱 두 명의 친구, 인스타그램으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던 친구 둘 뿐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 존재감을 드러내러 애썼지만, 그 존재감은 무겁지 않았고 가벼웠다. 나 자신을 과대평가한 건 아닐지. 인스타그램으로 맺어진 친구들에게 내 존재감이 그렇게 클 거라 생각했던 게 나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일지 모른다.




난 내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고민이 있어도 혼자 참는다. 남에게 말해봤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못한다. 잘 믿지도 못한다.

예전엔 고민을 잘 들어주는 친구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친구들의 발길이 끊겼다. 내 할 일이 쌓여 있고 만날 사람이 많을 땐 인지하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친구, 애인, 가족들과 제각각 떠들어대는 공간에서 혼자 인테리어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나. 고독한 곳에서 나는 내 업보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믿지 못하는 만큼, 남도 날 믿지 못하는 건 아닐지. 나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건 아닐지. 내가 좋은 리스너는 아니었던 건지. 내가 어떤 실수를 했던 건가. 조금 더 듣기 좋은 말을 했어야 했나. 깊어가는 생각에 추를 달아 점점 아래로 꺼뜨린다. 나는 외톨이인가?




쉽게 끓고 쉽게 증발하는 세상. 가벼운 관계는 '차단' 버튼 하나로 타인과의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릴 수 있는 관계다. 사건 사고가 가벼이 소비되는 세상이다. 클릭 한 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라 뇌와 손은 가벼워진다. 가벼운 세상을 즐겼다. 편하다. 쉽게 맺고 쉽게 끊고, 돌연 사라졌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묘한 세상.

수없이 생겨나고 밀려나는 SNS의 파도는 마치 한여름 해수욕장 같았다. 우글우글한 사람들 사이를 부유하다 나는 쓰레기도 보고, 오물도 보았다. 내가 뿜어내고 있는 지저분한 타액은 그 누구도 궁금하거나 중요히 여기는 게 아니었다. 그냥 그 일부였을 뿐. 무거워진 생각은 수면 아래로 꺼졌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심해로 들어갔다. 고요하고 캄캄하지만 깨끗한 이 곳은 외롭지만 편안하다.




어. 차. 피. 내가 무슨 말을 쓰든, 내가 어딜 갔든, 뭘 하든 남들은 내게 관심이 크게 없다. '아 그래?' 정도의 가벼움뿐이다.

가벼움을 알아버린 순간 내 결정엔 반 이상의 만족감이 생겼다. 심해만이 끌어안을 수 있는 내 무거운 생각들을 배설하는 창구도 생겼다. 돌 틈이나 흙 아래에 숨겨둘 수 있다. 언제든 가벼워지면 떠오를 몸이지만, 지금은 심해에서 귀를 막지 않아도 들리지 않고, 눈을 감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고독함을 즐길 테다. 그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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