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by seri

더위를 식힐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낮 기온은 여전히 30도 안팎이지만 여름보다 가을이 더 가까이에 있는 듯하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새벽의 찬 공기는 내 몸을 덮어 누른다.

시원한, 그만큼 무거운 그 공기는 내 피부 속으로 파고든다. 위장을 타고 내려가 가늠하지 못할 곳에 텅 빈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만큼 나는 고독해진다.


없던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별하지 않았음에도 이별한 듯하고, 외롭지 않음에도 외롭고, 슬프지 않음에도 우울해진다. 단 몇 도 내린 공기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


실재하지 않는 차고 쓰린 감각이 코끝부터 명치까지 이어진다.

내 몸의 몇십 배는 더 큰 공간만큼 비었다. 그게 익숙해질 때쯤 가을이 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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