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모른 척하고 살아요.

소꿉놀이

by 인성노사

오늘은 신랑과의 일상을 적어보려 한다.

처음 신랑을 만났을 때, 외모에서 느껴지는 남성미와 얇은 듯한 목소리, 그리고 뽀얀 피부의 대조적인 조합이 인상 깊었다. 신발과 소매 끝동이 항상 깔끔한 것도 호감으로 다가왔다.

짙은 쌍꺼풀과 부리부리한 눈매, 온몸에 수북한 털, 그리고 면도를 해도 남는 짙은 수염 그림자는 그를 더욱 남자답게 보이게 했다.

사람들과 대화 중, 예전에 격투기를 배웠다고 말하는 모습을 듣고 나도 모르게 관심이 생겨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되었다.

그해 겨울의 신랑은 마치 허스키 같았다. 사나이 다운 외모가 그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지금은 도둑에게도 꼬리를 치는 레트리버라는 사실은 진즉에 들통나 버렸다.

많은 일화 중 ‘몽몽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허스키, 신랑의 이야기다.

근무 중에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서로 먼 친척처럼 조용한 사이로 일과 중 서로에게 전화는 드문 일이다. 그래서 신랑의 전화는 긴급한 용건일 것이 분명했다.

수화기 너머 긴장한 목소리가 전달되었다. 법원 등기를 배달하겠다는 우체부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월요일에 1차 배송을 했지만 부재중이라 오늘 2차로 다시 온다고 했다.

“법원”이라는 단어에 나도 순간 놀랐다. 하지만 안심이 되는 건, 신랑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말수도 없어서 분쟁에 휘말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작 떠오른 걱정이, 혹시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연예인에게 댓글로 모욕적인 글을 작성해서... 고소라도 당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누구 욕한 적 있어?”

신랑은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당장 집에 갈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근무 중이라 점심 무렵에 다녀오겠다고 했고, 신랑은 우체부가 우체통에 넣어둘 거라며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집에 몇 시쯤 도착할 것인지 시각을 확인하는 걸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우체부와 법원에 직접 연락하겠다는 말에, 걱정이 앞서 침묵으로 동의의 뜻을 전했다.

이쯤 되면 왜 신랑을 레트리버인지 "몽몽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게 되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신랑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나이 차이인데도, 이런 당황스러운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귀여움이 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어이없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아직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서 그 모든 것이 귀엽게 느껴진다.

간이 콩알만 해져서 떨고 있을 신랑을 생각하니 점심시간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우체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신랑에게 연락했더니, 우체부가 오후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불안에 떨 것을 생각하니 안심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부재중 안내 스티커도 없고, 휴대폰으로 등기 도착 문자도 오지 않았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레트리버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어. 우리는 한 팀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다 해치워줄게.”

이건 보이스 피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스 피싱 같으니까 신경 쓰지 말어. 나는 무조건 몽몽이 편이야. 하얀 몽몽이를 누가 괴롭혀? 그 사람이 잘못한 거지. 우리 몽몽이는 언제나 옳아. 천사니까~ 나는 무조건 몽몽이 편이야.”

온갖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전화기 너머의 우체부는 결국 등기를 배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법원도 몽몽이를 찾지 않았다.

이렇게 맑고 순진한 내 사람, 세상 앞에선 조금은 단단하고 무서운 척이라도 하며 살기를 바란다.

가끔은 등에 용 문신이라도 하나 붙여줘야 하나 고민된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