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의 인간거주 영역(Oikumene)

우리 시대의 프론티어

by BARI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하는 단어 '외쿠메네'는 인간 거주영역을 의미한다. 현재 외쿠메네는 지표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은 다른 어떤 생물종보다 더 넓은 곳에서 산다. 극지에서 열대지방, 대양의 섬이나 사막은 물론 수상에서도 생활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구의 표면을 얇게 뒤덮은 것에 불과하다. 지하라고 해야 지각의 극히 일부분을 파고들어간 정도다. 심해저, 고산 정상, 그리고 하늘에도 - 천공의 성 라퓨타가 없는 한 - 인간의 항구적인 거주지는 없다.


인간 거주영역은 인간의 정복지와는 다르다. 에베레스트산 정상도, 마리아나 해구도, 더 나아가 달까지도 인간은 정복했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 거기에서 살 수는 없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주인공 어니의 노래처럼 말이다.

오, 난 달에 가고 싶어

로켓을 타고 하늘 저 멀리

정말, 달에 가고 싶어

하지만 거기서 살고 싶지는 않다네

Oh, I'd like to visit the moon
In a rocket ship high in the air
Yes, I'd like to visit the moon
But I don't think I'd like to live there



우주의 정복 - 초대형 우주선

발을 디디고 깃발을 꽂은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시작이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발걸음은 달에서 멈춘 채 반세기가 흘렀다. 이제 다시 새로운 발걸음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화성이 그 다음 목표다. 달과 화성은 프로젝트의 규모나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 반세기가 그렇게 긴 지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번은 단순히 깃발 꽂고 암석 채취해서 돌아오자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화성정착촌"의 건설이다.


손 한번 터치하고 오는 것과 살러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많은 사람과 자원을 엄청나게 먼 곳으로 운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을 먹여 살릴 음식과 물, 공기, 기타 거주하고 활동할 공간, 환경을 폐쇄된 우주선 내부에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고도의 미래 기술을 상정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SF에서는 흔히 인간을 동면시킨다. <아바타>에서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 5년 9개월 22일간 잠들어 있었다. <에일리언>의 여전사 리플리는 우주선 내에서 57년 동안 동면했고 그녀의 어린 딸은 그 사이에 죽었다.


리플리의 딸의 사진 - 우주에서 57년간 방황하다가 구조된 리플리는 사망한 딸의 사진을 받는다. 사진의 주인공은, 리플리역을 맡은 배우 시고니 위버의 실제 어머니다


동면의 이점은 자원의 절약만이 아니다. 영화 <팬도럼>은 우주 비행 중에 나타나는 심리적 이상 현상을 잘 보여준다. "팬도럼”이란 ‘궤도이상증후군’으로 인간이 우주선에서 장기간 생활할 때 보이는 패닉 상태를 뜻한다. 음식, 물, 공기 등 모든 것이 주어진다 해도 밀폐 공간 내에서의 장기 생활은 예상 못한 심리적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잠은 이런 모든 문제를 해소시켜주는 만병통치약이다.


인간이 깨어있는 채로 장기간 우주 여행을 하려면 더욱 대담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월-E>에 등장하는 지구탈출 우주선 엑시엄은 호화 유람선 개념으로 디자인되었다. 그 크기는 수 마일에 달하며 수십만 명이 동면이 아니라 멀쩡하게 깨어 우주 여행을 즐기고 있다. 수시로 항구에 정박하여 보급을 받는 대형 크루즈선에 비해, 모든 것을 자체 완결적으로 싣고 가야 하는, 주변의 어떤 배후 공급지와도 단절된 거대 우주선이 공기, 식량, 식수를 순환시키면서 쾌적한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애니메이션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 상상일 것이다.


영화 <월-E>의 우주선 내부, 초대형 우주 크루즈선의 위용을 뽐낸다.

우주 식민지(Space Colony) - 지구 궤도에 건설된 우주간척지

장거리 우주 여행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일단 후퇴하여 지구 궤도 상에 거주 영역을 생각해 보자. 우주 식민지란 우주를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궤도에 붙박이로 설치하여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일종의 간척지다.


마치 닻을 내린 배처럼 지구 궤도에 대해 고정된 우주 식민지는 그나마 현실에 가까운 외계 외코노미일 것이다.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지만 이 식민지 구조물은 자체 회전을 통해 원심력을 발생시켜 인공 중력을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이 회전으로 낮과 밤도 생겨난다.

영화 <엘리시움>에서는 “엘리시움”이라는 고리 형태의 스페이스 콜로니가 지구와 달 사이에 설치되었다. 회전으로 발생한 중력은 공기 역시 붙잡아 주므로 캡슐을 씌우지 않고 공간을 개방할 수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보는 하늘은 지구처럼 푸를 것이다.

지구 궤도상의 스페이스 콜로니 "엘리시움"
엘리시움 내부 고급주택의 정원, 멀리 엘리시움의 위로 꺾여 올라가는 고리형 구조가 보인다

여기서는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고, 흙이나 수경재배를 통한 농경도 가능하다. 더구나 지구와 가까우므로 연락선을 통해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거대한 구조물을 지구에서 쏘아올리는 것이 문제다. 전체를 발사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모듈을 각각 쏘아올린 후 우주 공간에서 합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엘리시움이 상류층을 위한 우주의 고급 주상복합단지라면, 구명정과 같은 보다 절박한 콜로니도 있다. 미국 CWTV의 드라마 <100(one hundred)>에서는, 핵전쟁으로 지구가 파괴되자, 400명의 인간이 “방주(the Ark)”라는 이름의 우주선을 타고 궤도를 돌면서 지구가 정화되기를 100년 동안 기다린다. 이 방주는 가동중이던 12개의 우주정거장이 합체한 임시 구조물이다.

드라마 <100>에 등장하는 ‘방주(Ark)’ 인공위성들의 결합체인 ‘방주’는 호화스럽거나 쾌적해 보이지 않는다.

스페이스 콜로니는 물론 지구를 벗어난 인간 거주영역으로서 큰 의의가 있지만, 대문밖 한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행성간은 물론이고 은하계까지 장기간, 그것도 잠자지 않고 깨어서 쾌적하게 여행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은 규모의 경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된다.


인공행성 - 우주선이 된 행성

영화 <스타워즈 6 - 제다이의 귀환>에 등장하는 데스스타 2

스타워즈에서는 행성 하나를 단번에 격파할 수 있는 치명적 무기로서 죽음의 별(Death Star)이 등장한다. 이것의 직경은 140km로서 달의 1/25 크기다. 별의 내부에는 170만명의 병력이 탑승한다.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으로서 행성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는 고전적 SF 작가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라는 작품에서 나타났다. “라마”라고 하는 외계의 인공 행성은 직경이 20킬로미터, 그리고 길이가 54킬로미터인 원통형 거대 우주선이다. 처음 이 괴 천체가 관측되었을 때 사람들은 소행성이라고 여겼으나, 이것은 중력 법칙을 어기고 지구로 접근해 왔다. 사람들은 이 천체에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라마’ 라는 이름을 붙이고 우주선을 보내어 조사한다. 놀라운 것은 이 원통형 우주 비행체가 안이 비어 있으며 그 안에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인공적 자연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통의 내부에는 인공 태양 조명이 비치고 하늘도 있으며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고 강과 바다와 경작지가 있다. 원통 안쪽 면을 따라 대지와 도시가 펼쳐지므로 땅은 둥근 벽면에도 그리고 천정에도 있다. 이 원통은 회전함으로써 원심력을 통해 중력을 만들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UiO8CgGiWPM)

라마 내부의 상상도

그러나 라마는 유인 행성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거미 모양의 생물학적 로봇이 유지 보수 활동을 하고 있을 뿐 라마인은 만날 수 없었다. 장거리 우주 여행을 하면서 에너지를 구할 수 없던 라마는 마치 대기상태의 휴대폰처럼 최소한의 전력으로 움직이다가 태양 근처에 오자 다시 활성화된다.


인공태양계 - 무한배터리를 장착한 인공행성

지구나 화성같은 행성은 모든 에너지를 태양이라는 항성으로부터 얻는다. 태아가 어머니의 탯줄에 의지하듯 행성은 항성에 매달린다. 지구가 태양계를 떠난다면, 당장 햇빛이 사라지고 지구는 우주의 온도, 즉 영하 200도 이하의 추위에서 꽁꽁 얼어붙고 말 것이다.


행성을 우주선으로 만들려면 행성과 함께 이동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올라프 스테이플던의 <스타메이커>에는 항성간은 물론 은하계 사이를 수백만년 동안 이동하는 행성이 등장한다. 이 행성은 자신만의 인공태양과 함께 움직인다.


이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아이디어처럼 들린다. 태양의 직경은 지구의 109배에 달한다. 지구가 은하계 여행을 하기 위해 자기보다 100배 더 큰 태양을 끌고 간다는 것은 마치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해 발전소를 끌고다니는 것과 다. 발전기 대신 보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처런 휴대용 태양이 필요하다.


이 인공태양은 행성보다 작지만, 핵분열을 일으키도록 설계된 일종의 핵 발전소이다. 인공태양은 원자력을 이용하여 장구한 기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휴대용 태양을 장착한 이동식 태양계가 우주 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것은 인공태양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인공태양을 충전지처럼 이용하는 인공행성

화성정착 시도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우주속 인간 거주 영역을 살펴보았다. 팬터지에 가까운 세계이지만, 이미 인류는 이 세계를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인간은 의외로 가까운 미래에 행성 여행을 하고 화성 이민을 가게 될 지 모른다. 그리고 아주 먼 미래에는 지금 소개한 내용들, 인공행성, 인공태양계가 정말로 은하계 구석구석, 그리고 우리 은하수를 넘어 탐험하는 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간이 생겨난 이래 인간은 끊임없이 거주영역을 넓혀 왔다. 지표면에 한정되었던 인간 거주영역은 이제 태양계의 다른 곳으로 확장되려고 한다. 지구에서의 삶,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많은 지식과 경험은 낯선 천체에서의 삶을 설계하는 기반이 된다. "테라포밍(Teraforming; 지구와 유사한 환경 만들기)" 의 다양한 방법이 구상되고 있다.


현 세대 인간들은 화성정착촌을 목격할 가능성이 크다. 화성 개척민이 우리의 동료 인간 중에 나올 것이다. 최초의 양서류가 물을 벗어나 육지로 올라오고, 선사시대 인간이 아프리카를 벗어나 온대 및 한대 기후 지역으로 나온 것은 화성 정착촌 건설만큼이나 도전적이고 두려운 과업이었다. 진화의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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