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0 작성
내가 도시재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석관동 한천마을에서는 4월부터 격주로 청소 모임을 진행 중이다.
벌써 8회째 진행 중인 이 모임은 주민공동체에서 마을 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대여섯 명의 주민들과 봉사시간을 채우러 온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활발하게 청소가 진행됐다.
하지만 무더위, 바쁨, 체력부족 등의 이유로 주민공동체의 참여는 점차 저조해졌다. 여름이 시작되던 7월 초에는 거의 활동가와 지역주민 1~2명만이 청소에 참여하는 상황이 되었고, 오히려 청소년들이 모임의 주축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
어차피 청소년들은 봉사시간을 채우면 사라질 존재들이고, 고된 청소에 활동가와 주민들의 피로도만 누적되자 이럴 거면 모임을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임을 지속해나가자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꾸준히 참여하는 활동가와 주민들에게 전문성이 생겨 청소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었고, 적게나마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청소를 할 때마다 수고한다고 반갑게 인사하는 주민들도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모임의 주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청소년들에게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그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러 왔던 청소년들이지만, 한 번 두 번 모임에 참여하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나라도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내 집 앞 청소를 깨끗이 하자는 수준을 넘어 쓰레기 집중투기 지역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맙시다"는 포스터를 만들어 직접 붙이는 단계까지 왔다. 이번 주에는 또 다른 지역에 담배꽁초 무단투기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배출을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었고, 포스터 한 장은 직접 쓰레기를 이용해 포스터를 만듦으로써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를 담았다.
나는 청소년에 대해 잘 모르고, 아직 공동체 구성을 시작부터 끝까지 해본 경험도 없다. 청소년들 중에서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도 고작 두 명에 불과하고, 기대와 달리 별다른 생각 없이 재미로 시작한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햇병아리 활동가라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이 변화가 지난 4개월 간의 꾸준함을 통한 첫 열매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꾸준함보다 중요한 건 없다. 꾸준함에는 진정성과 절실함, 누군가의 지속적인 희생이 내포되어 있고, 이 세 가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희망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큰 교훈을 얻게 해 준 아이들이 고맙다. 다음에는 요란한 다과를 준비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