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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sadan Parker Apr 03. 2022

도시재생을 말하다 7. 마을 청소에서 도시재생을 배우다


2016.8.20 작성 



내가 도시재생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석관동 한천마을에서는 4월부터 격주로 청소 모임을 진행 중이다.


벌써 8회째 진행 중인 이 모임은 주민공동체에서 마을 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대여섯 명의 주민들과 봉사시간을 채우러 온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활발하게 청소가 진행됐다.


하지만 무더위, 바쁨, 체력부족 등의 이유로 주민공동체의 참여는 점차 저조해졌다. 여름이 시작되던 7월 초에는 거의 활동가와 지역주민 1~2명만이 청소에 참여하는 상황이 되었고, 오히려 청소년들이 모임의 주축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

 

어차피 청소년들은 봉사시간을 채우면 사라질 존재들이고, 고된 청소에 활동가와 주민들의 피로도만 누적되자 이럴 거면 모임을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임을 지속해나가자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꾸준히 참여하는 활동가와 주민들에게 전문성이 생겨 청소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었고, 적게나마 마을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청소를 할 때마다 수고한다고 반갑게 인사하는 주민들도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모임의 주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청소년들에게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그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러 왔던 청소년들이지만, 한 번 두 번 모임에 참여하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나라도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내 집 앞 청소를 깨끗이 하자는 수준을 넘어 쓰레기 집중투기 지역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맙시다"는 포스터를 만들어 직접 붙이는 단계까지 왔다. 이번 주에는 또 다른 지역에 담배꽁초 무단투기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배출을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었고, 포스터 한 장은 직접 쓰레기를 이용해 포스터를 만듦으로써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를 담았다.


나는 청소년에 대해 잘 모르고, 아직 공동체 구성을 시작부터 끝까지 해본 경험도 없다. 청소년들 중에서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도 고작 두 명에 불과하고, 기대와 달리 별다른 생각 없이 재미로 시작한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같은 햇병아리 활동가라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이 변화가 지난 4개월 간의 꾸준함을 통한 첫 열매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꾸준함보다 중요한 건 없다. 꾸준함에는 진정성과 절실함, 누군가의 지속적인 희생이 내포되어 있고, 이 세 가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희망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큰 교훈을 얻게 해 준 아이들이 고맙다. 다음에는 요란한 다과를 준비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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