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우 -> 생장 Day 22_산티아고 순례길 Day 0
부처님은 프랑스에서도 열일 중이시네요.. 눈이 닿는 모든 곳이 그림 같았어요.
아침은 무척 여유롭고 빠르게 흘렀다. 혹시 인터넷 사용이 어려울까 봐 노래며 읽을거리들, 산티아고 순례길 일정 등을 다운로드하고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클로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네.(무슨 얘기했는지 적고 싶지만 기억이 안 나요ㅜㅜ 이 날 많이 피곤했는지 일기가 너무 짧더라고요...) 로저의 양녀가 호텔을 핸드 오버하러 오면서 우리는 드디어! 생장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고맙게도 로저가 생장까지 운전을 해주기로 했다. 단을 만나고서, 사람들의 사심 없는 호의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아니면, 예전에는 내가 배배 꼬여서 누가 잘해주면 '머야, 왜 저래? 멀 바라는 거지? 나 개털인데...' 했었던지도... 남자가 잘 해 줄 때는 그 저의를 의심해 거절하거나, 아니면 내가 호의를 교묘히 이용해 먹었던 것 같다. 여자가 잘 해 줄 때는,,, 흠 기억도 못한다. 하하하. 단이랑 함께 한 시간 동안 호의를 호의로 받고 가끔 호의를 베푸는 법도 배웠다. 호이호 이호 잇!(같은 단어 계속 말하면 그 단어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지 않나요. 호의호의호의호의호의)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곳에서 9시까지 숙면을 취했지만 몸이 이상하게 피곤해서 차 안에서도 잠들었다. 언뜻언뜻 졸린 눈으로 본 우거진 수풀과 하늘이 참 좋구먼...
깨고 나니 벌써 생장! St. pied de port!
우리가 처음 만난 날, 2013년 3월 아마도 19일,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 AKA 카미노 드 산티아고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서 서로가 가진 공통된 관심사에 흥분하며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처음 만나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야기하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것으로 부부로서 시작을 하게 되었다.
로저와 클로드와 맥주 한잔 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순례자들의 여권 크레덴시알을 만들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도시, 혹은 마을의 성당이나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서 스탬프를 찍는 용도로, 종착지인 산티아고에서 순례길을 완주했다는 증명으로도 사용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땀과, 눈물과, 피(?)로 얼룩질 추억의 상징이 되겠지. 헤헤
진짜 시작이구나! 사실 2년 전에 할 계획이었으나 그 해 필리핀에 타이푼으로 인한 재해가 생겼고 우리는 유럽 대신 필리핀으로 가서 봉사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때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 이렇게 신혼여행으로 오게 되었으니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우리는 이제 한 달 동안 24시간 함께 하며 더위와, 육체와, 피곤함과 싸워야 한다. 서로에게 인내하며 배려하며 사랑하며 이 여정을 끝 마칠 수 있기를. (끝나고 추억해보니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싸웠답니다. 허허허 저희 평소에는 거의 안 싸웠는데,, 평생 할 싸움을 이 길 위에서 했답니다. 괜히 순례자의 길이 아니네요..)
알베르게에서 신혼부부라고 공짜로 재워줬다!! 세상은 호의로 넘친다는 걸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