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rim Park Aug 07. 2018

#21. Backpack Honeymoon

프랑스 보르도 -> 파우 Day 21

평생 먹을 빵을 유럽에서..

호스트인 새드린이 10시 반쯤 집을 나서는 소리를 듣고 우리도 꿈지럭거리며 방을 나섰다. 어제 마트에서 샀던 햄, 살라미, 파테, 치즈를 꺼내고 새드린이 준비해준 커피와 잼, 버터, 푸딩을 식탁에 예쁘게 차렸다. 단과 함께 한 3년 동안 우리는 늘 화장실, 부엌이 포함된 스튜디오에서 지냈다. 한국에서는 안암동과 성수동, 싱가포르에서는 노비나 역 근처에서. 부엌이 작아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하기는 힘들었고 밥을 차려 먹을 때도 방바닥에 앉아 먹었다. 심지어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공간마저 없어 침대 위에서 간식 정도만 먹고 늘 외식을 했지. 이런 제대로 된 집에서, 양초가 있는 식탁에서 본격적인 아침을 즐기려니 여행이 끝나고 우리가 가족을 만들었을 때의 모습이 상상된다. 좋구만~!

아침은 무척 맛있었다. 파테는 짭짜름하니 고소했고 푸딩도 캐러멜의 달큰한 맛이 입속에서 녹았다. 한 시간 동안 천천히 즐기고 단 친구 어머니, 클로드를 기다렸다.


파리에서 생장을 가기 전에 프랑스의 도시 하나를 들리기로 했는데 어딜 갈까 하며 지도를 보 보루도를 딱 찍었다. 누가? 내가! 생장 가는 길목이라 교통비도 아낄 수 있을 것 같고 와인이 유명한 곳이니 가서 와인이나 먹자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결정했다. 마침 근처 해안도시에 단 친구의 어머니가 살고 계셔서 오늘 우리를 보러 보르도로 오신다.

클로드는 보르도를 들려서 우리를 만난 다음 파우라는 도시의 친구 호텔에 간다고 했다. 나는 보르도에서 내일 어떻게 생장을 갈까 찾아봤는데 기차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보르도에서 다음 행선지 어떻게 갈지 생각을 안하다니,,,,ㅜㅠ) 어마 무시하게 비싼 걸 보고 단이랑 어찌할지 의논을 하다 클로드를 따라 파우에 가기로 했다. 이미 예약한 숙소 1박 비용을 날리는 거지만 교통비도 아끼고 새로운 곳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또, 클로드가 우리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호텔에서의 하룻밤 울 선물해 주고 다음날 생장까지 운전을 해주기로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클로드는 무척 솔직하고 에너지 넘치는 여성이었다. 목소리는 조용조용하지만 하는 얘기에 거침이 없었다. 파우까지 4시간 정도를 운전하는 도중 그녀는 많은 얘기를 단과 나누었다. 대부분 프랑스어라 내 귀는 열려있지만 제 기능을 못했지...


차 뒷좌석에서 둘이 대화하는 것을 보며, 만약 한국이었다면 60살 부인과 30살 청년이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나이는 얼마인지, 직업은 먼지, 결혼은 했는지, 부모님은 뭐하시는지,,,, 머 그런 것들이겠지?


우리가 도착한 곳은 순례자들의 길에 위치한 호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프랑스길에서 약간 벗어난 곳인데 멀리 피에네 산자락이 보이고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클로드의 친구 아이리쉬 로저가 운영을 하는 곳으로 고맙게도 우리에게 무척 좋은 방을 주셔서 짐을 내려놓고 그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그냥 평범한 친구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페셜 한(?) 친구사이란다. 둘 다 이혼을 한 후 서로 의지하며 많은 곳을 여행하며 친구로서, 혹은 친구 이상으로 지내고 있다. 로저는 무척 멋진 사람이었다. 수많은 곳을 여행하며 책도 내고 인생을 어떻게 즐길 줄 아는 남자다.

피에네 산맥을 등지고 우리는 한참 동안 이야기하며 와인을 마셨다. 해가 늦게 지니 하루가 무척 길구나. 10시쯤 돼서 지는 해에 맞추어 저녁을 먹고 오늘 하루도 끝.

그나저나 프랑스 사람들은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정말 길게 설정해 놓는다. 20자는 기본이다..

작가의 이전글 #20. Backpack Honeymo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