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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Oct 27. 2022

#36. Backpack Honeymoon

Fromista 산티아고 순례길 Day 15

*2016년 8월 2일 일기

마티아스가 오늘 순례길을 시작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리도 마티아스와 같이 시작했을텐데.. 그럼 오늘 하루가 아주 지옥같았겠지. 벌써 반정도 걸어서 다행이다. 첫날이 힘들지만 그만큼 다이나믹한 경치를 볼수 있으니까 뭐 :) 좋은 사람들 만나고 좋은 경험을 했으먄 좋겠다.


마티아스와는 1년 반 전 홍콩에서 만났다. 취업 후 연수들어가기전 시간이 남아 은행에서 대출받아 여행을 갔다. 절대 빚을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은 많고 돈은 없던 나에게는 불가결한 선택이었다. 모두 그렇게 하길래 나도 한번?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간이 콩알딱지만해서 500만원을 대출받아 아마 300만원 정도 썼던것 같다. 그것도 첫 두달 월급으로 니눠서 다 갚았다. 누군가에게 줄 돈이 있다고 생각하면 잠도 안온다. 아무튼 그렇게 빌린 돈으로 쇼핑도하고 홍콩여행을 일주일간 갔다. 그리고 알게됐다. 왜 사람들이 홍콩여행을 짦게 가는지. 쇼핑에 취미가 없는 나는 일주일 동안 할게 없다!! 호스텔에 머물며 맛난거 먹고 걸어다니는 것 말고는 할게 없는 도시에서 일주일을 있으며 오죽하면 하루는 트레킹을 갔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은 홍콩이 트레킹하기 굉장히 좋은 곳이라는 것. 산맥을 따라 걸으면 양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길이 있었다. 혼자 씩씩하게 걸으며 내가 홍콩에서 뭐하고 있는거지 생각했다.


어쨌던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와 구경도 하고 홍콩 스윙댄스바에 가서 즐겁게 춤도 추고 시간을 보내던 중 마티아스와 같은 방을 쓰게되었다. 대기업에 취업했음에도 소시민 기질은 어디가질 않아서 홍콩 중심가에 저렴한 혼숙호스텔에 묵었었다.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던 우리는 같이 미카오를 가서 에그 타르트를 나눠 먹으며 별의별 얘기를 다 주고 받았다. 얼굴은 나보다 훨 연상인 이친구는 동갑내기 친구다. 수학을 전공하고 중국어를 좋아하는 특이한 독일인. 같이 다니면 모두 나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지만 대답은 마티아스가 한다. 그때 당황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것도 참 재밌다. 어쨌든 나의 독일인 친구 2호 마티아스. 그 후로도 계속 연락을 하며 안부를 주고 받다가 이번에 보나 싶었는데 까미노가 끝니면 영국으로 박사학위를 따러 간다고 해서 어찌될지 모르겠다. 꼭 보고싶은데!! 


오늘부터 크레덴셜에 도장을 열심히 받기로 했다. 어제 묵은 알베르게에서 공짜로 다음 크레덴셜을 얻었다. 우리가 가진것이 거의 끝나 가는 갓을 보고 친절한 아저씨가 주신 것. 아싸!! 


어제 잠시 얘기를 나눈 한국인이 오늘 코스에 대해 겁을 잔뜩 줬다. 죽음의 언덕이라나, 첫날보다 2배 힘들다나.. 단과 같이 겁을 잔뜩 집어먹고 걷는데 웬걸..별거 아니잖아!! 이후로는 계속된 평지.. 오늘 목적지까지는 25km정도라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고 날씨도 최고 기온 33도 정도라 무척 더웠다. 첫 마을 도착하기 전에 리아를 만나 하루종일 일정을 같이했다. 마침 언덕위에 혼자 서있는 모습을 찍어 그녀의 인생샷을 찍어주기도 하고 :) 영국 억양은 어쩜 이렇게 사람을 지적으로 보이게 만드는지..매력적이다.



그늘 하나 없는 평지.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은 절대 가까워지지 않더라. 하늘이 물감을 뿌린듯 새파랗다



오늘 도착한 도시 Fromista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 조용하면서 필요한 것은 다 구할 수 있고, 사람들의 인정은 유지될만큼의 작은 도시. 올라 인사를 건내면 올라하고 대답해준다. 버고스나 로그로뇨 같은 큰 도시에서는 느낄수없는 정이 느껴진다. 땡볕에서 6시간 넘게 걸었더니 나무 배가 고파 구글에서 찾은 맛집으로 향했다. 평소 우리가 먹던 10유로 안팍의 가격이 아니라 세트메뉴가 25유로나 했지만.. 한번쯤 사치를 해보자 싶어서 먹었다. 결과는 대만족!! 단은 Gazpaccio라는 스페인 토마토 스프를 먹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신선한 맛이었다. 이어서 나온 생선 요리와 소고기 요리(흑맥주로 소스를 만든..)도 굿굿!


알아보니 스페인에서는 bbva atm으로 돈을 인출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레온에 도착할때까지 남은 현금을 아껴쓰기로 했다. 오늘같은 음식은 당분간 못먹겠지만, 시장이 반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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