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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13. 2016

모든 '중독'에 관한 심층 연구

데이비드 J. 린든, <고삐 풀린 뇌> 독후감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 중독된다. 애초 중독이라는 말은 실질적인 독, 그러니까 poison에 의한 위해만을 뜻했지만 요즘은 '운동 중독'이나 '공부 중독'처럼 원래는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명사들에 따라붙기도 한다.

중독의 대상과 양상은 무척 다양하다. 하루에 세 갑의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은 명확한 담배 혹은 니코틴 중독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꼭 케이크를 먹어야 하는 사람도 가벼운 '중독'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J. 린든이 <고삐 풀린 뇌>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모든 종류의 중독이 어떻게 발생하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자의 중독에 관한 연구는 음식, 섹스, 약물, 도박, 심지어는 운동과 명상을 포괄할 정도로 매우 그 범위가 넓다. 보통 범위가 넓어지면 그 깊이는 얕아지게 마련이지만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총 1200페이지 중 약 20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 문헌이 그것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고삐 풀린 뇌>의 전개는 우선 뇌에서 쾌감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fMRI 등을 통해서 어떻게 관찰되는지 설명하며, 음식과 약물 등의 중독 대상에 따라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동물) 실험에서는 어떻게 증명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좋게 말하면 빠뜨린 거 없는 세세한 진행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은 부분에도 무조건 실험의 예를 넣어서 책을 지루하게 만든 면이 없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담배가 어떻게 그렇게 치명적인 중독을 유발하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담배를 시도한 모든 사람들 중 80퍼센트가 중독자가 된다.
왜 담배 흡연은 향정신성 효과가 비교적 약한 데 반해 중독성은 그렇게 높을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담배는 니코틴계의 돌격 소총과 같다. 헤로인 중독자는 하루 두 번 주사를 놓지만 흡연자는 하루에 2백 번 담배를 빨아들인다. 게다가 니코틴은 다른 약물과 달리 뇌에 순식간에 도달하는 성질이 있다. 이것은 쾌감 회로로 학습되어 사람을 중독에 빠뜨리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약물의 강도에 대해서만 생각해 봤지 그 빈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 설명이 무척 놀라울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고.

그렇다면 이런 각종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있을까? 물론이다. 저자는 중독에 대해 설명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도 실험례를 들어가며 무척 상세하게 설명한다.

무척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고 끝까지 읽는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쾌감 회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힐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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