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 <군함도 1> 독후감
작년, 옆나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우리나라 뉴스를 달구었다. 바로 '군함도'였다.
공식명칭 하시마인 이 섬은 마치 군함처럼 생겼다 하여 군함도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 곳에서 일했던, 혹은 그 곳의 실상을 아는 우리나라 사람은 또 다른 이름으로 그 곳을 불렀다.
바로 '지옥도'였다.
일본은 하시마섬으로 일하러 온 광부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 하지만 현재 생존해 계신 두 분의 증언에 따르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고 강제로 끌려갔다고 한다. 위안부 뿐만 아니라 하시마섬의 광부들도 강제징용을 당했다는 증거가 도처에 널려있다.
한수산은 내가 존경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이 분을 존경하는 것은 내가 조정래 작가를 존경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다 읽었지만 한수산 작가의 글은 딱 하나, 그것도 단편인 <미지의 새>를 읽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존경하는 것은 그의 문체가 너무나 섬세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단 한 편의 짧은 글로 자신의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미지의 새>를 접한 것은 <오늘의 한국소설>이라는 단편모음집을 통해서였는데 한수산의 글을 읽고 나서 '이 분의 문체는 정말 흉내도 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군함도>를 처음 구입하면서는 이게 한수산 작가의 책인 줄 몰랐다. 거의 전적으로 제목에 대한 흥미만으로 골랐는데 읽으면서 보니 문체가 너무 대단했다. 그냥 장르소설 쓰는 작가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가 않았고 한 번 펴는 순간 끝까지 읽게 만든 이 작가가 대체 누구일까 했더니 한수산이었다.
<군함도 1>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동료가 죽어서 탄차에 시체를 실어 지상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원래 일본의 큐우슈우 지방에서 내려오는 관습으로 갱 안에서 일하던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갱 속에 떠돌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름을 부러며 올라가자 올라가자 소리친다고 한다.
그 올라가자는 말이 일본어로는 "아가루조"인데 일본인 운탄계원의 선창으로 시작된 외침이 "올라가자! 창수야, 올라가자!"로 바뀌는 것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에서 하시마를 찾아간 부분을 다시 돌려보며 나는 군함도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조선에서 머나먼 하시마까지 끌려와 700m 아래 지하 열탕에서 굶주리고 매 맞다 돌아가신 우리 조상님들. 어머니가 보고 싶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얼마나 우셨을까. 하하와 서경덕 교수의 공양이 조금이라도 그 분들의 넋을 위로해 드렸길 바라며, 나 역시 그 분들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