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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13. 2016

모든 범죄자는 타고난 것인가

마이클 스톤, <범죄의 해부학> 독후감

세상의 모든 범죄자가 어떻게 범죄자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때, 보기에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에 걸겠는가?

만약 둘 중 하나를 골랐다면, 당신은 틀렸다. 모든 범죄자가 선천적 악을 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며, 모든 범죄자가 가족과 사회의 영향만으로 악인이 되지도 않았다.

<범죄의 해부학>에서 말하는 바로는 범죄자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1. 선천적으로 타고난 악인

2. 후천적으로 길러진 악인

3. 선천적이면서 후천적인 악인

굳이 3번 유형이 따로 있는 것은 모든 악인을 1번과 2번 유형으로만 분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컬럼비아 의대 교수인 저자는 미국에서 일어난 범죄를 분석하고 그것을 분류하는 작업을 시도한 사람이다. 범죄의 분류에도 당연히 종류가 있겠지만 마이클 스톤이 한 것은 '악의 등급'을 매기는 일이었다. 선량한 사람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우발적으로 일으킨 범죄가 22등급이라면 타고난 사이코패스가 극도의 잔학성을 드러내며 고의적으로 사람을 해친 범죄가 1등급이라는 식으로 등급을 매긴 것이다.

대체 범죄에, 악에 등급을 왜 매기는가? 이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악'이라는 모호한 영역에 정신의학의 분류 체계와 같은 접근법을 적용해 악을 발현시키는 복잡한 요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악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 각 형태의 악에 잠재되어 있는 특징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자신이 악을 분류하는 배경에 대해 설명한 후 저자는 자신이 분석한 범죄를 끊임없이 나열한다.

충동 살인, 연속 살인, 대량 살인, 사이코패스 살인, 연쇄살인범과 고문범,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수많은 범죄 사례와 그 속에 담긴 범죄자의 선천 및 후천적 배경을 알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섬뜩해지는 때가 있다. 

혹시 나에게도 이런 요소가 있지 않을까? 나도 혹시 이런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나열해 놓은 것을 읽다가 그중에서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과 가장 연관이 높다는 '자기도취적 성향'을 보고 움찔했다. 자기도취적 성향이야말로 사이코패스의 여러 특징들 중에서도 가장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 등 다른 특징과 연결되었을 때 그런 것이고 일반적으로 누구나 지닐 수 있는 약간의 나르시시즘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수많은 범죄 사례를 분석하고서 악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아냈느냐 하면 대답은 'NO'다. 저자는 모든 악인이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는 것도 틀렸고(유전자나 호르몬, 임신 중 산부의 약물 남용 등), 모든 악인이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는 것도 틀렸다고(전쟁 중 발생하는 살인과 강간, 부모의 학대 등) 말한다. 또 모든 범죄자가 갱생 불가하다는 것도 틀렸고(연쇄살인범임에도 출소 후 새 사람이 된 것처럼 살아가는 사례가 나온다), 모든 범죄자에게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도 틀렸다고(허술한 범죄자 관리로 수십 명의 추가 피해자가 발생한 사례가 나온다) 말한다. 

결국 정답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천사와 악마 둘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인격장애가 있고 사이코패스이며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유년기부터 동물을 학대하는 행태를 보이며 (작든 크든)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라면... '타고난' 악이며 '갱생 불가'하므로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함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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