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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27. 2016

오포세대가 참고해야 할 일본 청년들의 직업 표류기

이나이즈미 렌, <직업 표류> 독후감

표류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1989년에 태어난 나는 <하멜 표류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성난 파도에 휩쓸려 한국까지 떠밀려오는...

<직업 표류>도 그것과 같은 내용이다. 다만 주인공이 하멜이 아니라 일본의 청년들이며, 자연의 파도가 아니라 실업의 파도, 경제난의 파도에 휩쓸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도에 휩쓸려 고난을 겪는다는 핵심은 같다. 그리고 하멜이 파도에 쓸려 죽지 않고 한국에 도착한 것처럼, <직업 표류>에서도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직하지 않고 살아남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직업 표류>의 표지에는 이런 카피가 적혀 있다.

한국의 미래가 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일본의 취업빙하기 청년 생존 보고서


나는 이것이 지금 한국의 오포세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흐름은 상당히 일본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고, 그것도 10년에서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형태다. 그래서 여태까지 일본이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을 우리가 따라한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 취업난의 경우에서도 그런 방식을 채택하는 게 안전하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취업시장은 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나와 친한 친구들의 취업실태를 살펴보면 친구 1명은 여러 중소기업을 전전하다 지금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조명가게에서 일하고 있고, 1명은 거제도의 조선소에 다니지만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하고 있으며, 1명은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해 대학원으로 도피했다. 물론 내 주변의 단 3명을 가지고 국내 취업시장의 현실을 말할 수 없지만 20대 후반의 내 또래들이 그리 취업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취업을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직업 표류>에 나오는 8명의 청년들 역시 취업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취업 후에도 자신의 적성이나 다른 부분에 있어 문제를 겪었다. 작가 이나이즈미 렌은 이런 청년들을 수년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직장을 옮기는 과정을 보기도 하고,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심층적으로 물은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역시 8명의 케이스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것이어서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목차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길고 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다 /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이상적인 상사를 만나 회사를 그만두었다 / 현상유지로는 시대와 함께 굴러 떨어진다 / 내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 결혼하여 아이 낳고 아파트 사면 끝나는 인생은 싫다 / 결국 선택지가 모두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 늘 불안해서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중에서 '현상유지로는 시대와 함께 굴러 떨어진다'의 오노 겐스케씨 이야기와 '결혼하여 아이 낳고 아파트 사면 끝나는 인생은 싫다'의 이마이 다이스케씨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오노 겐스케씨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하겠다.


일본 경제가 호황이었을 때는 현상유지만 해도 시대와 같이 발전했지만, 지금은 시대 자체가 어렵잖아요. 시대가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면 추락할 뿐이죠.

놀라운 통찰이 아닌가? 지금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 세대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가능하던 부모님 세대와 같은 마음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추락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마이 다이스케씨의 이야기도 조금 들어보자.


상사는 모두 장래의 임원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꿈이 없어 보이는 거예요. 내가 그런 눈으로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어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파트 한 채 사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이마이 다이스케씨는 큰 규모의 종합상사에 다니며 해외 출장도 다니는 사람이었지만 대기업 속의 자신이 일종의 '부품' 밖에 되지 않는 것에 회의를 느껴 벤처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 외에도 여러 사람이 자신이 직장에 다니게 된 과정, 직장에서 느낀 것, 이직을 결심한 계기, 이직 후의 소감 등을 상세히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어야 될 사람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취직을 하지 않았다면 취직부터 해야겠지만 취직했다고 끝이 아니다. 어렵게 배를 탔음에도 표류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이 책을 읽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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