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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16. 2016

지방fat은 억울하다

니나 타이숄스, <지방의 역설> 독후감

<지방의 역설> 독후감을 쓰기에 앞서 우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밥상, 상식을 뒤엎다>(이하 <밥상>)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 내가 <지방의 역설>을 찾아 읽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밥상> 2부의 주제는 고지방 저탄수 식이요법으로 Low Carb High Fat의 머릿글자를 따서 LCHF라고 불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이 식이요법은 기존의 '감량을 위한 저지방 식단'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다큐멘터리에서 이 주제를 다루고 또 4명의 지원자를 구해 직접 실험에 나섰다. 이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고 매 끼니마다 지방이 풍부한 적색 육류와 버터 등을 먹도록 요구 받았는데 과연 이들의 몸은 어떻게 변했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체중이 감소하고 대사증후군의 각종 지표가 개선되었으며 식욕이 감소하고 허리 둘레가 주는 등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것이 이해가 되는가? 당신이 매일 삼시세끼 삼겹살과 버터를 먹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것,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방의 역설>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밥상>을 보고 경악했다. 어떻게 지방을 먹고 살이 빠질 수가 있는가? 그것은 기존의 상식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그간 우리가 알아온 지방이란 삼겹살을 구우면 나오는 기름, 곱창에 가득 낀 허연 것, 각종 튀김을 위해 팬에 둘러지는 것이며 그 기름을 섭취하면 그대로 우리 배와 허벅지의 살이 된다고 생각해 온 것이 기존의 상식이다. 하지만 그 상식이 잘못되었으며, 그것도 특정한 영양학자의 견해와 실험 결과 왜곡 등으로 만들어진, 아주 비뚤어진 상식이라는 게 <지방의 역설>에서 말하는 바이다.

지방이 어떻게 해서 지금의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시간과 지면이 필요하다. 그나마 짧게라도 말해보자면 안셀 키스라는 미국의 식품영양학자가 있었는데 그가 고지방 섭취와 심혈관 질환이 관계가 있다는 식단-심장 학설을 주장했으며 당시의 정치적, 학문적인 복잡한 관계에 의해 패러다임 싸움에서 그가 승리한 탓에 저지방 고탄수가 권장 식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어릴 때부터 굳게 믿어온 "곡물을 많이 섭취하고 지방을 적게 먹어라"는 예상대로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지방의 역설>이라는 책도, <밥상>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저지방 고탄수가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전혀 개선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지방이 건강 악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저지방 고탄수 식단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사실 때문이었다.

저지방 식단은 모든 측면에서 건강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비만과 당뇨의 유병률이 폭증했고, 심장 질환 정복에도 실패했다. 1961년부터 미국심장협회가 심장 질환에 대항하기 위해 처방하고, 1980년 농무부가 모든 남성, 여성, 아동을 위한 공식 식단 지침으로 채택했던 식이요법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지방이 몸에 해로운 건지, 단지 먹는 지방과 배에 끼는 지방이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괜히 안 좋은 걸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지방의 역설>을 읽고 나면, 당신도 어느 새 학자들 사이에 휘말려 고난의 길을 걸어온 가엾은 지방을 옹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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