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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16. 2016

니체의 초인, 내가 추구하는 삶

이진우, <니체의 인생강의> 독후감

오랜만에 책을 두 번 연달아 읽었다. 두 '권' 말고 두 '번'. 영화도 두 번 보지 않는 나에게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니체의 인생강의>. 제목만 보면 정말 지루할 것 같다. 니체라는 이름도 어쩐지 어려운 내용을 불러올 것만 같은데 거기다 '인생'강의라니. 하지만 이 책을 실물로 보는 순간 그 부담은 1/10로 줄어들 것이다. 고작해야 180페이지 남짓한 작고 얇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쉽게 만드는 요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강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구어체를 많이 사용했고, 중간중간 니체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뭉크의 그림을 삽입했다. 평소 <절규> 밖에 모르고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는 중간중간 뭉크의 또 다른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두 번 연달아 읽은 건 구어체 때문도 아니고 뭉크의 그림 때문도 아니다. 오직 니체가 설파한 철학이, 나의 인생관과 들어맞는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초인 사상>.

원어로 위버멘쉬라 하며 Übermensch라 쓰는 이것은 니체의 핵심 사상 중 하나로, 사람은 자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자신을 넘어선 그 무엇이 정말로 인간을 초월해 버린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초인은 삶을 능동적으로 추구합니다. …목표에 도달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니체는 창조의 과정을 아주 중시합니다. 자신을 넘어서는 그 무엇(something beyond oneself)에서 ‘넘어선다는 것(beyond)’이 중요한 거죠.


나는 언제나 삶에서 이러한 태도를 중시해왔다. 무언가 하나를 해내고 나면 또 새로운 목표를 찾고 해내는 것. 그것이 아주 작은 목표들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언제나 십 년 전의, 일 년 전의, 어제의 나보다 발전한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을 그간 '혹 불필요한 강박이 아닐까. 남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서려는 욕심은 아닐까.' 의심하며 살았지만 이것은 니체의 초인 사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또한 나의 이러한 의지는 니체의 또 다른 핵심 사상인 '권력에의 의지(will to power)'와 연결된다.


권력에의 의지는 무엇인가? 요즘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최순실과 차은택과 장시호의 그것인가? 나라를 흔들 돈과 권력을 거머쥐고자 하는 것이 니체가 말하는 will to power인가?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것도 will to power에 해당한다.

하지만 권력은 나쁜 것만은 아니며, 심지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가진다. 이것이 니체가 말하는 바다. 

노예를 보라. 노예에게는 권력에의 의지가 없을까? 아니다. 그 역시 주인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갖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주인은? 역시 노예를 지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권력에의 의지를 가지며,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에게 권력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권력이라는 단어에 대한 부정적 어감 탓도 있겠지만 그런 의지를 드러냈을 때 사람들이 그에 대한 기대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쯤 된 아이가 "난 장차 대통령이 될 거야. 정말이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은 기대를 할 것이다. 그러다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그 아이는 그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정말로 권력에의 의지가 없을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최순실이나 차은택 같은 권력을 주겠다고 하면 냉큼 받을 사람이 절반은 넘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내재된 권력에의 의지는 SNS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쨌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의지를 마구마구 뿜어내고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만 스스로 의지를 자각하고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을 이행해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지금 세계에 만연한 허무주의를 이겨내고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얇은 책이지만 니체의 여러 핵심 사상을 다루고 있다 보니 독후감도 장황해진 면이 없잖아 있지만, 이진우 교수가 서술한 바를 직접 읽으면 니체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이해가 잘 되리라 생각한다.

한 마디로 나에게는 오랜만에 건지는 인생 책, 남에게는?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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