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강릉여행기
밤바다가 보고 싶었다. 겨울바다를 걷고 싶었다. 그래서 강릉에 갔다.
아침나절, 그 곳엔 해무와 물빛구름이 함께 있었다. 밀려왔다 부서져 사라지는 파도를 보았다. 귓바퀴를 가득 채우져 쏟아져 들어오는 파도 소리에 잠시 황홀했다.
밤에는 영진해변에 있는 까페브라질에서 콜롬비아라는 커피를 마셨다. 실은 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먹고 나면 꼭 속이 부대껴서... 그치만 가끔은 커피향을 맡으며 카페에 앉아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창에 김이 서려 바다가 잘 보이진 않았다. 겨울 밤바다를 보기 위해선 추워도 해안에 나가는 수밖엔 없다.
이렇게... 직접...
모래를 밟아본 게 언제인가? 신발에 조금 묻을지언정 바다 옆에서 걸어보자. 파도소리와 어둠이 잔뜩 흥분한 당신의 마음을 차분하게 감싸줄 것이다.
강릉에 가면 다들 순두부를 찾는다. 그 유명한 초당순두부. 난 무식한 놈이라 연두부처럼 주는 줄 알았더니 뜨뜻하게 국물에 담겨 나온다. 한 숟갈 맛 보고 간장 타서 먹으라고 하신다. 오죽헌 근처에 가면 원조초당순두부라는 집이 정말 많은데 글쎄 어디가 원조인지 모르겠지만 주차장에 빼곡한 차들을 보면 꼭 그리 먹을 필요가 있나 싶다. 여긴 안목커피거리에 있는 영진식당이라는 아주 허름한 식당인데,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하고 혼자 밥 먹어도 눈치가 안 보여 좋았다.
모자가 나란히 지폐에 실린 유일하고 위대한 인물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살았던 오죽헌을 찾았다. 한옥 하면 보통 유려한 곡선이 어쩌고 이야기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특징은 담장과 마당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한국 주거생활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마당. 모두가 괴로울 때 거닐며 생각 정리할 마당 한 칸만 가졌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여유로운 한국이 있지 않았을까.
오죽헌의 율곡 선생이 출생하신 자리에는 격몽요결의 문구를 몇 개 써 두었는데 그 내용이 참 좋았다. 잊고 살던 중요한 것을 깨우쳐 주는 느낌. 이를테면 학문을 좋아하고 착한 일에 관심이 많은 친구를 사귀어라... 하는 것이 있었다. 또 기왕 학문을 하면 뜻을 가장 높은 곳에 두라고도 하였다. 요즘 농담으로 "난 안 될 거야 아마..."를 많이 했더니 진짜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웠던 모양. 다시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본다.
오죽헌 바로 근처에 선교장이 있다. 어떤 왕의 후손이 살았던 집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보통 한옥보다 훨씬 큰 규모를 느껴볼 수 있다. 게다가 양반네들 살았던 대문 앞에 하인들이 거주하는 초가집이 있는데 당시 아침에 대문을 열고 나오는 양반들을 향해 인사하는 하인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지금은 한옥스테이로 활용해서 묵어볼 수도 있는데 가격은 최소 20만원 정도다.
다시 바다 이야기. 강릉 하면 역시 경포대 해수욕장이다. 1박 2일을 있으면서 영진해수욕장, 경포대해수욕장, 안목해변 이렇게 세 군데의 해변을 갔는데 경포대가 가장 좋았다. 이유는? 영진해수욕장의 모래사장 뒤로는 벽이 쳐져있어 별로고, 안목해변은 카페와 상업적인 분위기가 가득해 별로인데 경포대해수욕장은 모래사장 뒤에 솔숲 산책로가 있다. 솔과 바다가 어우러진 그 풍경은 정말 기막히다고 할 만하다.
이외에 경포대, 테라로사, 대관령휴양림 등이 볼 만하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가 보지 못했다. 겨울 강릉은 혼자 여행할 맛이 나는, 좋은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