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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03. 2017

세월호 참사, 우리가 알지 못한 영웅 민간잠수사

김탁환, <거짓말이다> 독후감

우선 독후감을 쓰기에 앞서 김탁환 작가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세상에서 방금 일어난 큰 사건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면서도 사실을 빠뜨려선 안 되고, 과장도 안 되거니와 축소도 좋지 않다. 또 사실을 전달하면서 작가의 감정이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데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모든 국민이라고 하고 싶지만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라고 하는 고위층 인사나 목숨 건 유가족의 단식 투쟁 앞에서 피자를 먹는 쓰레기가 있기에 표현을 달리 한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슬퍼하며,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노한다. 하물며 유가족과 김관홍 잠수사를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작업해 온 김탁환 작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가슴속에 담은 분노와 슬픔이 누구 못지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다>에는 그런 분노와 슬픔이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담담하게 민간잠수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나서 그 바닷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다.


<거짓말이다>의 주인공은 나경수 잠수사다. 그는 돌아가신 김관홍 잠수사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인물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며칠 뒤에 수색 작업을 위해 맹골수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많은 시신과 유품을 수습했다. 그리고 지나친 잠수로 인해 병을 앓게 되었으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잠수사 처우개선을 위해 애쓰다가 작년에 사망하였다.


책을 읽고 나서 먼저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다. 나는 왜 민간잠수사들의 행적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을까?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생존자의 구조와 이후 시신의 수습을 위해 잠수사들이 투입되었으며 그중 한 분이 돌아가셨고 말도 안 되게 다른 잠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맹골수도의 차가운 바닷속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했는지, 물론 언론도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것 같지만,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단 한 구의 시신도 수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304명 실종자 중 295명을 찾아낸 것은 전적으로 민간잠수사의 공이다. 유가족이 아니라 한들 누가 그들에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 엄격한 잠수 규범을 따랐다면 아마 그 반도 채 건지지 못했을 텐데, 그들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옳은 일을 한다는 믿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몇 번이나 어두운 바다로 뛰어든 것이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월호의 민간잠수사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소설 속 몇 군데에서 울컥하는 데가 있었다.

나경수 잠수사가 처음으로 배 속에서 희생자의 시신을 마주하고 끌어낼 때….

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가 발견될 때….

잠수사들이 너무나 잠수를 많이 하고 시신을 자주 접해 환영에 시달릴 때….

잠수사가 처음으로 유가족을 마주칠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얼마 전 1월에는 1000일을 기념하는 추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2주기 집회가 열렸을 때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과 노란 물결을 보며 대단히 기뻐했다고 한다. 올해 1월에도 그는 하늘에서 그것을 보며 웃었을까? 그러리라 믿는다. 그리고 곧 두 달 뒤에 우리는 3주기를 맞는다. 그때 우린 김관홍 잠수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관홍 잠수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그 뒷일을, 잘 해 내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여전히 잠수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많은 민간잠수사분들이 쾌유하고, 국가에서 치료와 생계유지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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