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독후감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단어만 놓고 보면 조금 모호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는가, 그것을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시대정신이 아닌가 한다.
<편의점 인간>은 그 제목 자체로 지금의 시대정신을 표방한다. 길거리에 그 어느 것보다 많은 편의점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편의점 자체가 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사실은 우리나라보다 더욱더 편의점이 발달했고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본에서라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 어느 나라보다 편의점이 많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편의점 인간>의 나라가 일본인 것이다.
편의점이란 어떤 세상일까? 우리에게는, 아니 손님에게는 그저 어느 곳에나 있어서 물건을 사기 편리한 가게다. 조금은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되지만 24시간 운영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상품을 그 작은 점포 안에 갖추어두고 다양한 할인 품목이나 적립제도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되는 가게다.
사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편의점 자체는 작아도 그 시스템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매일 새롭게 신선식품(도시락 등)이 들어오고,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 폐기되고, 매일 소비될 상품의 수요를 예측해서 주문하고, 남은 것들을 반품하고, 겨울이 되면 호빵과 꿀차를 진열하고, 여름이 되면 아이스크림과 냉커피를 진열하는 시스템. 개인으로선 해내기 어려운 것들이며, 그것이 전국적으로 모든 편의점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국이 들썩거리는 광경이 연상될 정도다. 우리가 보는 편의점은 정밀한 시스템이 갖추어 두고 있는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한 것이다.
편의점 자체도 정교한 시스템이지만 실은 그 일들은 대부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가게의 유리창을 닦고, 쓰레기를 치우고, 손님이 들어오면 인사를 하고, 손님이 카드를 내밀지 현금을 내밀지 적립을 원할지 생각하고, 부족한 것들을 주문하는 일을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도 자연스레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자신을 편의점과 한 몸 혹은 편의점 속 하나의 부품으로 여기게 된다. 그 부품의 최고봉에 달한 이가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인 후루쿠라 씨다.
후루쿠라 씨는 편의점에서만 18년을 일한 여자다. 그리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반복되는 실수와 경험 속에서 배워나가며, 성장한 후에는 자기 나름대로 사회 속에서 자연스레 살아갈 방법을 발견한다. 그게 바로 편의점에서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기에 균열이 생긴다. 작은 오차 하나 없이 살아가는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의지였을까? 아니다. 세상이 그녀에게 균열을 만든다.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인데 아직 결혼도 안 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단 말이야?
아, 이 질문, 너무나 익숙하다.
고등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단 말이야?
여자가 집에 안 있고 돈 벌러 다닌단 말이야?
결혼한 지 삼 년이 지났는데 아직 아기가 없단 말이야?
사회를 지배하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들". 누구나 한 번쯤 오래 사귄 커플에게 "너희는 결혼 언제 해?"라는 질문을, 결혼한 부부에게 "2세는 아직이야?"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사회 통념상 인사치레처럼 건네지는 질문이라 할 지라도 상대의 사생활을 무례하게 파고드는 더럽고 무자비한 창칼이라는 것을 우리는 한 번이라도 인식하고 반성한 적이 있었을까?
<편의점 인간>은 편의점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이 세상에 살아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정상적이지 못한 기계 부품이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나, 인간 세상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다.
스스로가 세상에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신이 지금 사회의 시스템상 명백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혹시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 사람, 나 자신은 절대 편의점 인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일침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