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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23. 2017

워런 버핏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앨리스 슈뢰더, <스노볼 1,2> 독후감

세계 최고의 부자 워런 버핏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으며, 어떤 기준에 의거해 주식 투자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이다. 오랜 세월의 행적과 간혹 이뤄진 인터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긴 하나, <스노볼>이 그에 대해서 가장 많은 사실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워런 버핏을 직접 인터뷰하고 쓰인 유일한 책이며, 그 페이지 수는 무려 1,500여 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할 부분. 이것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두껍디 두꺼운 <스노볼>을 다 읽을 필요도 없이, 나는 1권을 읽는 와중에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된 비결을 알아차렸다. 그건 바로,

워런 버핏이 돈을 버는 걸 좋아하고, 돈을 버는 세계 최고의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소리가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돈 버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좋아한다. 문제는 당신에게 워런 버핏이 가진 돈 버는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게도 없다. 


이렇게 끝내면 안 되니까 조금 더 설명을 해 보겠다. 우선 워런 버핏은 숫자 자체를 대단히 좋아한다. 그래서 어릴 때 현관 앞에 앉아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과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길에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숫자를 가치고 사칙연산을 하는 등의 놀이를 한다. 그 정도면 당연히 숫자놀음에는 익숙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워런은 돈을 굉장히 아껴 쓰는 편인데, 이건 워런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보라! 이게 세계 최고의 부자가 옷을 입는 방식이다.

자, 워런 버핏이 대단히 검소하다는 걸 단숨에 이해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워런은 돈 버는 일에 머리가 비상하다. 뭔가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는 걸 인지한 후 직접 껌을 사서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고(이게 초등학교 무렵인데, 그렇게 해 본 사람 있나? 아마 절대 없을 거다), 그 와중에 껌을 한 통씩 팔지 않고 낱개로 팔면 여러 손해가 발생한다는 걸 인지했다. 과연 어떤 손해일까?

첫째, 한 개를 팔고 나면 나머지 네 개를 한 개씩 팔아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

둘째, 한 개씩 다섯 번 파는 시간은 한 통을 한 번에 팔아버리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워런은 이웃집 아주머니에게도 절대 껌을 낱개로 팔지 않았다. 장사꾼으로서의 뛰어난 재능이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워런이 돈 버는 자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역시 일화가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일관되게 들고 있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선물 받은 주석 동전 저금통이다. 그는 매일 이걸 끼고 다니고, 돈이 생기면 언제나 거기에다 모았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돈만 받으면 꼬치 사 먹고 게임기에 집에 넣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도 그런 열정과 재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마지막 쐐기를 박는 수밖에.

워런 버핏은 담배꽁초가 많이 널려 있던 시절에, 미국 중산층 집안에 태어났다.

여기서 담배꽁초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그 회사의 주식이 가질 수 있는 주가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된 주식을 말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푼돈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었고, 워런은 많은 회사들을 분석해 그것들이 저평가되어 있음을 알고 부지런히 사 모았던 것이다. 미국 증시 자체가 활성화되면서 그것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워런은 눈 깜짝할 새에 미국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미국 제일의 부자가 된 것은 아니고, 오마하에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농장을 사기도 하고 비행기 회사에 투자하기도 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스노볼>에 아주 자세하게 실려 있으므로 참고할 것. 결국 이 부분에 관해서는 '운까지 타고났다'라고 요약하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워런 버핏이랑 똑같은 사람 같은데 워런 버핏만큼 부자가 아니라면, 당신은 그저 운이 없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워런 버핏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를 요약하자면 돈을 버는 데 관심이 많았고 돈을 벌기 위해 행동할 열정과 결단력이 있었고 돈을 벌기 위한 지식이 넘쳤으며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조건과 운도 타고난, 그야말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부자가 되어야 당연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그의 굉장한 부에 대해 질투하기보다 수긍하게 된다.

아, 이 사람은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그런데 한 가지 책을 읽고 나서 희한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서 이렇게 안 쓸 거면 뭣하러 돈을 벌었나'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워런 버핏이 돈을 안 써도 너무 안 쓰고, 맥도널드랑 체리 코크나 즐겨 먹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 비행기도 있고 자식들한테 몇십억씩 그냥 용돈 삼아 주기도 하지만 본인은 다른 미국 부자들에 비하면 정말 돈을 쓰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것 역시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복리로 인한 재산 증가를 강조하기 때문에 오늘 10원을 쓰면 10년 뒤의 100원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자신이 돈을 쓰기보다 벌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참 정말 돈을 벌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지 않은가?


사실 워런 버핏의 투자 비법을 알기 위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스노볼>보다는 워런 버핏이 "내 투자의 85%는 벤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것이 토대"라고 하는 벤 그레이엄이 쓴 <현명한 투자자>나 아주 드물게 발견할 수 있는 워런 버핏 직필의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스노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주주 서한이 그의 투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을 보는 게 더 낫다는 것만 알려드린다. 왜냐하면 나는 투자전문가가 아니고, <스노볼>은 투자보다는 워런 버핏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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