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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13. 2015

사진 찍기에 질린 당신에게 권하는 기록법

이다 <끄적끄적  독후감

요즘 사람들은 어딜 가나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의 단풍을 찍고, 식당에서 음식을 찍고, 놀러가서 친구들과 셀카를 찍는다. 하지만 내가 찍은 단풍과 음식, 친구들은 결국 셔터만 누르면 카메라가 저장해주는 순간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 특별한 기록법을 찾고 있진 않은가? 

무언가 사진보다는 나의 정성과 노력이 더 들어간, 그리고 더 낭만적인 그런 기록법 말이다.


저자인 이다는 길드로잉의 대가다. 해외여행을 가서 길드로잉한 작품만으로 온전히 책 한 권을 펴낼 정도로 길드로잉에 익숙하고 오랜 시간 연습해왔다. 그런 그는 오프라인에서도 길드로잉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펴냈다. <끄적끄적 길드로잉>은 그 산물이다.


길드로잉. 이름만으로도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길에서 그림 그리는 것. 내가 보는 풍경을 그 자리에서 그려내는 것. 무척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당신의 삶에서 가능할 것인지, 너무나 귀찮은 일은 아닌지 걱정되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평가할 때 '완벽에 가깝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 기준은 책을 읽고 나서 어떠한 '행동을 이끌어냈느냐'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는 <작가 수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그 책을 읽고 나서 당장 다음날부터 눈을 뜨자마자 즉흥적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 개월 지속하고 나서 그간 쓴 글들을 돌아봤는데,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하면서 놀라워했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끄적끄적 길드로잉> 역시 '완벽에 가까운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을 덮자마자 나는 곧바로 그림을 그렸으니까. 아래는 그 산물이다.

이상한가? 나도 썩 괜찮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처음 치고 잘 그린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그리고 싶었던 게 나 자신이었고, 특히 뭔가 책을 읽는 듯한 자세에서 보이는 내 머리카락을 그리고 싶었다. 생각 외로 묶은 머리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 연변 총각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그리다 보면 나아지겠지.


중요한 건 내가 그림을 잘 그렸냐 못 그렸냐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이 일상을 벗어난 나의 행동을 이끌어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예상컨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은 무척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다의 설득은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또 경쾌하기 때문이다.


일단 책의 서두에서 이다는 길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것을 지속하는 이유, 장점에 대해서 말한다.  그다음 장에서는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풍경, 카페, 물건...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것을 성에 찰 때까지 그리라고 한다.  그다음은 실전적인 내용이다. 바로 어떤 재료로 그릴 것인가다. 평소 미술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뭘 사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텐데, 친절한 이다는 그 모든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크레용, 연필, 붓펜 같은 도구에서부터 스케치북을 고르고 꾸미는 법까지! 이렇게 재료까지 설명한 다음에는 길에 나간다. 그리고 실력을 쌓는 법과 편하게 그리는 법 등에 대해 조언한다. 이다는 마지막까지 꼼꼼해서, 8장에서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설명해준다!


자, 이렇게 독후감을 읽고 나니 어떠한가? 당장 <끄적끄적 길드로잉>을 살 생각이 들었는가? 그렇다면 나의 독후감은 이다의 책만큼이나 잘 쓰인 것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이다가 그림은 그릴수록 는다고 했듯이, 글 역시 쓸수록 느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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