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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23. 2015

차별의 중심에서 하나님을 외치다

제임스 맥브라이드 <컬러 오브 워터> 독후감

유대인 아버지와 반신불수 어머니를 둔 루스.

아버지의 착취를 견디다 못한 루스는 KKK단이 활보하는 시대에 흑인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제임스는 루스의 열두 자식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흑인들만 사는 할렘에서 홀로 살아가는 백인 여성의 아들로 자란다.


제임스는 절대 흔치 않은 백인 엄마를 둔 탓에 어릴 때부터 피부색에 민감하다. 엄마와 길에 나서기만 하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가끔은  손가락질하며, 병원에 가면 백인 경찰들이 욕을 하고, 교회에 가면 흑인들이 이상하게 여긴다.  어린아이에게 결코 작지 않은 상처가 됐을 테고, 두려움으로 자라났을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엄마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묻고, 왜 엄마는 백인인지, 하나님은 백인인지 흑인인지를 묻지만 엄마는 신경 쓰지 않는다. 루스가 당면한 최대의 목표는 "아이들을 하나님 아래서 곧게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스는 흑인 할렘에서 살아가는 백인 여성이라는 점을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기인한다.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쳐야 했던 가족과의 어린 시절, 그 와중에 그녀가 건방지게 굴면 돌려보내겠다는 아버지의 지속적인 윽박지름, 반신불수인 어머니를 돌보지 않는 매정한 아버지 등 다방면의 압박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 와중에 그녀는 마음에 위안이 되는 흑인 청년을 만났고, 백인을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흑인을 죽일 수 있던 시절이지만 그녀는 흑인과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런 그녀에게, 흑인 동네에서 살아가는 일이 뭐 그렇게 힘들까? 그리고, 피부색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지만 어린 시절의 제임스는 엄마의 이런 배경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심지어 컬러 오브 워터를 쓰는 과정에서 제임스는 엄마의 과거를 알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했다고 한다. 보잘 것 없고 어둡기만 한 과거에 대해 그녀는 절대 스스로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했기 때문이다- 많은 방황을 겪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이 혹독한 차별을 이겨낸 방법은 '강한 신앙'이었다. 그것이 필자가 이 글의 제목에다 <… 하나님을 외치다>라고 집어넣은 이유이기도 하고.

루스는 유대인의 삶을 싫어했다. 언제나 코셔를 먹어야 하고 까다로운 율법을 지키는 것을 싫어했는데 그건 유대교의 율법 자체가 복잡하고 많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것을 강제하는 아버지가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루스가 힘들 때 그녀의 이모를 비롯한 가족들은 유대교식 장례를 치러 그녀와의 인연을 끊었고, 그 와중에 개신교 목사인 남편은 계속 그녀를 지켜주었다. 그래서 루스는 언제나 하나님을 찾는다. 주말마다 교회에 다니고, 교회의 설립자이며, 심지어는 네 군데의 교회를 다니기도 한다.

제임스는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역시 신실한 개신교 신자다. 책 중간중간에 하나님과 교회의 고마움, 중요성 등에 대해 언급하며 때로는 독자로 하여금 교회에 질리게끔 만들기도 한다.


개신교를 무척 싫어하는 필자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개신교와 교회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신앙을 돈으로 바꾸려는 목사들, 신도의 몸과 재산을 탐하는 목사들, 덩치 불리기에 바쁜 대형교회들을 포함한 한국 개신교의 악행이지 종교와 신앙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치자. <컬러 오브 워터>를 읽는 동안에는 잠시 그 비판을 접게 될 것이다. 적어도 제임스와 루스에게는,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신앙이야말로 현실에서 이겨낼 수 없는 혹독한 차별과 고통을 견뎌낼 수 있게 해 주는 '삶의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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