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영화 <그을린 사랑> 감상평

by 유송

* 모든 문장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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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영화를 보고나서 황폐해진 마음이, 잔잔한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 들어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포스터부터 황량한 이 영화를 나는 너무도 쉽게 보았던 것이다.


이 영화는 인간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을 적나라하게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숱하게 많이 일어났던 일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전자는 근친상간과 강간이고, 후자는 전쟁과 고문과 살인이다.

- 줄거리 -

주인공은 무슬림과 크리스천이 전쟁을 벌이는 지역에서 태어난 여자다. 난민을 사랑해서 임신하지만 혼전에 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애인은 오빠들에게 살해당하고 아이는 강제로 남의 손에 맡겨진다. 여자는 가족을 떠나 친척집에서 새로이 학업을 이어가지만 곧 내전이 그까지 번진다. 여자는 남의 손에 맡겨졌던 아이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 내전 지역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지옥을 발견한다. 무슬림이냐 크리스천이냐에 따라서 생사가 갈리는 이 생지옥은 우리나라의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여자는 크리스천이지만 이 크리스천 군인들은 무슬림이 탄 버스 안의 모두를 쏘아죽이고 버스까지 불태운다. 보통 종교를 다루는 이런 면은 나로서 전혀 공감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알라고 하나님이고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죽여가며 싸워야 하는 것인지. 나와 달리 신앙심이 돈독한 여자는 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내전에 뛰어들어 요인을 암살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감옥에 간다. 그 안에서 15년 동안 고문을 받는데, 출소하기 얼마 전에는 고문 기술자로부터 지속적인 강간을 당해 쌍둥이를 출산한다. 그 후 아이를 돌려받고 미국으로 간다.

어느 날 여자는 갑자기 미쳐버린 것처럼 행동한다. 그녀의 자식, 쌍둥이 남매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엄마가 유언장에 남긴 대로 아버지와 형제를 찾아 떠난다. 여자는 엄마의 족적을 따라가며 고통스러워한다. 아무 말도 한 적 없지만, 엄마는 내전의 희생자이자 참전자였고 끔찍한 시설의 장기수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말에 밝혀지는 비밀은 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겁게 여겨질 정도로 끔찍하다. 감옥에서 엄마를 강간하고 아이를 낳게 만든 고문기술자는 바로 엄마의 첫째 아들, 난민과 사랑해서 낳았지만 남의 손에 맡겨진 그 아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든 퍼즐은 맞춰진다. 여자는 처음에 아들 하나를 낳았고, 그 아들은 시설에 맡겨졌다가 내전 도중 암살자이자 고문기술자로 길러졌으며, 아들은 엄마를 정신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간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평범하게 캐나다에서 자라난 쌍둥이 남매인 것이다.

쌍둥이 남매 중 여자가 출생의 비밀, 즉 자기가 오빠가 엄마를 강간해 태어난 자식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의 연기가 가히 인상적이다. 충격, 인생에 그러한 충격이 있을까. 비극의 실체는 여기까지다.


영화를 지배하는 메시지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이외에 몇 번이나 마지막에 강조되는 엄마의 대사를 통해 나타난다.

"함께 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건 없어."
"나는 네가 태어날 때 평생 너를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단다. 너를 사랑해, 아들."

결국 그렇게 전쟁에 휘말려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했고, 감옥에 15년이나 갇혀 있으면서 아들에게 강간까지 당했지만 이 여자는 자식을 낳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단지 자식을 낳아보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거라면, 이 영화는 수많은 미혼들에게 이해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해가 된다면, 저 메시지는 결국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편적 개념인 '모성애'와 '가족애'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인데 모성애란 정말 저토록 강할 수 있는 것인가?

세상엔 죽을 때까지 내가, 남자가 이해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전쟁이나 범죄로 인해 강간을 당할 수 있다고 느끼는 위협과 열 달이나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다가 낳았을 때 느끼는 모성애 두 가지다. 머리로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가슴의 영역에서 이건 불가해의 영역이다. 나는 모르겠다. 알 수도 없다. 내 어머니가 내게 주시는 사랑은 가슴으로 느끼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내 자식에게) 어떻게 줄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정말 나는 죽는 그 날까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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