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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07. 2015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생각, 이민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독후감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아, 이민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한국이 싫기 때문에 드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한국의 모든 것을 한 톨도 남김없이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은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싫다는 생각은 왜 하게 될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독후감이니까 주인공 계나의 이유를 들어보자.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계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아니, 떠난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자기가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찾아간 나라는 호주다. 호주는 자연풍광이 뛰어나고 기후가 온화하며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로 상징되듯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다. 처음에는 그렇게 묘사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호주가 천국은 아니었다. 계나는 호주에서 그저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했고, 처음에는 영어도 못해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하며, 학위를 따기 위해 사는 동안 바가지를 쓰거나 경찰에 신고 당하기도 한다. 이 때 경찰에 의해 푸대접을 받는 모습이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과 오버랩되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살기 싫다는 일념으로 계나는 끝까지 견뎌낸다. 그리고 영주권을 취득하고, 한국에 잠깐 들를 때마다 동생과 친구들의 삶을 보며 자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계나의 인생은 성공한 것일까, 소설은 이대로 해피엔딩일까?


작가는 계나의 인생이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호주냐 한국이냐가 본질인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왜냐하면 작품 속의 계나는 영주권을 따고 나서도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이어 나가기 때문이다. 결국은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행복을 찾을 것이며,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독후감은 독후감이고, 소설은 그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쪽의 평론까지 포함해서) 읽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한국이 싫어서든,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의 최후가 어떤지 궁금해서든 일단은 읽어보자. 그리고 내가 계나와 비슷한지 다른지, 비슷하다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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