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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09. 2015

기독교 신자의 '용서'를 향한 궁구

최인호 <영혼의 새벽> 독후감

누군가에게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누군가를 용서해 본 적은 있는가?

사람이 살다 보면 화낼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용서하고, 어떤 사람은 용서하지 않으며, 어떤 사람은 복수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사안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주인공의 사연은 역시나, 남다르다.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학생운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학생운동의 주축에 있던 사람을 절친한 친구로 사귀었고, 그 친분을 이유로 안기부(소설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이라고 나온다)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그리고 그 고문을 이기지 못해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자를 팔아넘겼고, 그 대가로 풀려나지만 정신은 이미 황폐해진 뒤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이 남자는 자신을 고문했던 주축인 S를 만나게 된다. S는 그를 못 알아보지만 그는 S를 바로 알아보고 분노에 몸을 떤다. 과연 남자는 S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스토리는 이렇게 간단하다. 억울한 남자의 사연을 보여주고 이 남자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 독자에게 묻는다. 


남자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분노에 몸을 맡겨 그대로 S를 쳐 죽일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 살아갈 것인지, 그도 아니면 더 나아가 용서를 할 것인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과거의 고문과 치욕은 개인사이기 때문에 그의 아내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홀로 고민을 해결할 수 없었던 그는 기독교에 자신의 물음을 던진다.

주여, 용서란 무엇입니까?
아무 잘못 없는 나를 참혹한 구렁텅이에 빠뜨린 악마조차 용서해야 합니까?

인간이 같은 인간을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까?


때문에 이 책에는 성경과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냥 많이 나오는 수준을 떠나서 사순절과 부활절, 일요일 등의 기독교 관련 요소들을 소설의 시간적 장치로써 대단히 적절하게 활용한다.


소설은 처음에는 주인공이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마리 마들렌 수녀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 겪었던 고초를 기록한 <귀양의 애가>를 인용하기 시작하면서(정확히는 주인공이 이 책을 읽는 것으로 표현된다) 초점을 변화시킨다.

<귀양의 애가>는 용서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에 의해 갑자기 끌려가고, 두들겨 맞고, 굶주리고, 아무데서나 쓰러져 자고, 동료가 추위에 굶주림에 병마에 줄줄이 죽어 쓰러지는 초유의 경험. 이것을 겪어낸 수녀는 북한군을 원망하지 않는다. 기록자인 마리 마들렌 수녀뿐만 아니라 고행 중에 죽어간 동료들도 "마리아여,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나를 보호하소서."라고 읊조릴 뿐, 북한군을 저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의 분노는 책 한 권을 읽고 쉽게 가라앉을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의 인생을 망쳐버린 S에 대해 미증유의 분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 분노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S를 용서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 <영혼의 새벽>의 화두다.


마음속에 큰 분노를 가지고 있다면, 진정한 용서란 어떤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읽어보자. 하지만 평소 기독교와 성경의 교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2권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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