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by 유송

- 송, 마치고 한 잔 할래?

베이커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2월 중순에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한 나는 곧 트레이닝을 마친 후 홀로 일을 하게 됐고, 주말마다 어마어마하게 밀려드는 주문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외국인들이 잔뜩 일하는 카페에서 직장 동료로서의 우정을 쌓아가야겠다는 나의 청사진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테오가 술 마시러 가자고 말을 걸어온 것은 여느 때처럼 눈 돌아가게 바쁜 금요일 밤의 일이 끝난 후였다. 하도 정신없이 일을 한 탓에 입에선 단내가 나고 눈에서도 뻐근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마시겠는가. 나는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금요일은 열두 시까지 영업을 하는 날이다. 자정에 문을 닫고 부리나케 뛰어다니며 청소를 마치고 나니 12시 40분이었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굴뚝같아졌지만 마테오와 한스는 서툰 나를 힘닿는 데로 도와주는 좋은 친구들이었고 한 번도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 나는 두 사람을 따라 펍에 들어갔다.

빨간 머리의 웨이트리스가 마테오와 한스를 반겼다. 카페 근처에 사는 두 사람은 종종 이 펍으로 술을 마시러 오는 모양이었다. 마테오는 마가리타를 시켰고 한스와 나는 맥주를 한 잔씩 시켰다. 고된 일이 끝난 후 맥주를 들이켜자 그 시원함은 이루 말할 데 없이 좋았지만 동시에 피로도 몰려왔다.

- By the way, how's your life?

한스가 내 삶이 어떠냐고 물어온 것은 아마 우리가 일은 같이 했어도 여태 어울려 논 적이 없어 서로 잘 모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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