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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19. 2018

[노답민국] 82년생 김지영과 92년생 김지영은 다르다

남녀 갈등 (2)

  82년생 김지영과 92년생 김지영은 다르다  

82년생 김지영과 92년생 김지영이 산 시대는, 전혀 다른 시대입니다. 92년생 남성이 누려 온 ‘기득권’이 있다면, 술 취한 채 밤길을 걸으면서 ‘덜’ 무서워해도 된다는 점 정도일 겁니다. 그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학업 중단’을 겪는 동안, 또래 여성들이 ‘스펙’을 쌓는 현실을 역차별로 느낍니다. 그들의 미래는, 과거의 기득권과는 무관한 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는, 미래를 과거로 바꿔치기하는 해괴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역사학자 전우용 페이스북 중

 현재 젊은 남자들의 상황 인식은 이러하다. 대략 90년대생을 기점으로 해서 남자들은 자라면서 여자보다 대접받는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는 백 번 이해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여자라서 낙태당할 뻔한 위기가 있었고, 여자라서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나면 집안일 도우라는 압박이 있었고, 여자라서 길이나 학교에서 성희롱을 당했으며, 여자라서 노동자 대신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분들에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 여자라는 이유로 박탈당한 것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서 그러한 잘못이 있었던 것을 지금 90년대에 태어난 청년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만큼 잘못된 일이 없다. 이것은 지금 평화주의자로 잘 살고 있는 일본의 20세 청년에게 "너희는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니 한국에 대해서 빨리 사죄하고 배상하도록 해!" 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단지 전쟁 이후에 그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무슨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 지금의 청년들도 단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기성세대가 성차별을 했으니 청년들에게 책임을 지라는 황당한 소리를 듣고 있다.

 피해를 입었다면 가해자에게 따져라. 성별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학 진학과 취업과 빚 문제로 고통받는 젊은 남성들을 더 이상 쥐어짜지 말라. 그들의 잘못이라면 선택의 여지없이 이 땅에 남자로 태어나 열심히 살았고,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2년을 군대에 바친 것뿐이다. 진작 그들이 다른 나라를 선택하고 군대도 거부한 채 감옥에 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어찌 그리들 미련했는지 참 알 수가 없다. 안 그런가?


 지금의 문제는 이해와 존중의 부재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 가진 문제를 열거하며 "내가 더 힘들다니까!"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였듯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힘든 점을 충분히 존중해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테고 대한민국이 쓸데없이 국력(=곧 국민의 힘)을 낭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들이 어머니들에게 "오늘도 집안일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고생 많았소." 하였더라면, 우리 어머니들이 아버지들에게 "오늘도 성질 더러운 부장 밑에서 참느라 고생하셨어요." 하였더라면, 우리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힘이 없어서 범죄의 대상이 되다니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해요." 하였더라면, 우리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빌어먹을 분단 때문에 2년을 바쳐야 한다니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해요." 하였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도 늦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혐오성 발언, 통계 조작, 몰상식한 비교 따위는 멈추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우리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합으로 태어난 음양의 자식들인데 왜 마치 자기는 아버지의 정자로만 혹은 어머니의 난자로만 태어난 것처럼 격 없이 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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