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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16. 2015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의 괴로움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독후감

본태적인 인간 사회에의 부적응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태어나서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뒤에서는 아버지를 욕하지만 앞에서는 칭송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요조는 집안의 여자들에게 ‘몹쓸 짓(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는다)’을 당한다.

모든 인간이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사실에 요조는 두려움을 느낀다. 가면을 쓴 모습과 아닌 모습 어느 쪽이 진실한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요조는 인간들의 다면적 페르소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같아 보이기 위한 ‘위장’이었다.     


인간이, 인간 실격에 이르기까지     


위장한 요조는 나름대로 인간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간다. 물론 그로서는 자신만의 위장(익살과 농담)이 들통날까봐 극도의 긴장과 공포 속에 살았다고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없어선 안 될 재밌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연기는 언젠가 들통 나게 마련이다. 처음에 동급생 다케이치에게 괴물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요조는 스스로 ‘괴물 같은 자화상’을 그려내게 되며, 한량 호리키와의 만남을 통해 좀 더 가면을 벗어던지게 되면서 기어코 인간 실격의 길을 걷게 된다.     


부외자가 바라보는 인간 사회     


<인간 실격>은 한 인간이 분명한 인간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것 말고도 눈여겨볼 만 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부외자의 시선에서 인간 사회가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등에를 때려죽이는 소꼬리’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오는데 이는 얌전하고 안전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마음의 심부를 찌르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를 가리킨다. 요조가 한참동안이나 놀아주고 키워주던 시게코가 어느 날 요조에게 “난 있잖아, 진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흔히들 ‘사회화가 되었다(혹은 철이 들었다, 때가 묻었다)’고 평가받는 인간들의 본질(서로를 끌어내리는 것이 친구 관계라던가)이, 부외자의 시선을 통해 날카롭게 파헤쳐진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     


알고 보는 사람도 있고 모르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 실격>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이야기다. 동거하던 여자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혼자만 살아남은 것도 그렇고 엄하고 부자인 아버지 아래서 부적응자로서 살아온 것도 그렇고 주요 골격이 모두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탓일까, 다자이 오사무는 수차례 시도 끝에 결국 자살로 39년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죽음을 통한 작품의 완성이라고 평할 수 있겠으나, 소설 속에서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외로움을 읽은 나로서는 그저 혹독한 가면들의 세상에서 힘겨워 했던 고인에게 작은 위로나마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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