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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pr 14. 2019

당신은 짝을 찾아야만 인간으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 <더 랍스터> 감상평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 올랐던 영화로, 칸 영화제 수상작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아래로 스포가 함유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다면 읽기를 중단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영화는 짝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남자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더 랍스터>의 사회는 무조건 짝이 있어야만 하는 사회로서, 강제적으로 규칙을 적용받게 된다. 쉽게 말해 짝이 없으면 동물이 되어야 하며, 동물들은 동물원에 사육되거나 숲에 방목된 후 인간들에게 보살핌을 받거나 사냥당하게 된다. 주인공 역시 짝을 찾지 못해 개가 되어버린 자기 형을 돌보고 있다.


주인공은 짝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강제 짝 찾기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45일 안에 짝을 찾아야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으며,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이 동물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데 주인공은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왜냐고 묻자, 100년이나 사는 동물이라서라고 대답한다.


모두가 정해진 시간 안에 짝을 찾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짝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주인공은 두 명의 남자를 친구로 사귀게 되는데, 한 남자는 어떻게든 나가겠다며 코피 잘 흘리는 여자와 짝이 되기 위해 가짜로 코피를 흘린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식탁에 머리를 박아 피를 흘리며 나가는 것이다.

코피남이 떠나간 후 주인공은 자기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있지만 마다한다. 그 여자는 언제든 자기 방에 오라며, 섹스해 주겠다고 말함과 동시에 짝을 찾지 못하면 죽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여자는 정말로 기한이 다 되자 방에서 뛰어내려 죽는다. 기나긴 비명과 함께.

주인공은 절박함을 느낀다. 결국 그 역시 코피남처럼 거짓말을 하길 택하고, 감정이 결여된(heartless) 여자의 짝이 되기 위해 자신도 감정이 결여된 척한다. 그러나 주인공에게서 거짓말의 낌새가 엿보임을 눈치챈 여자는 그를 테스트하고, 결국 주인공은 거짓말을 했다는 게 들통난다.

여자가 그를 고발하러 데리러 가는 길에 주인공은 탈주를 결심하고 숲으로 도망쳐 숨어 사는 이들의 일원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도시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숨어 사는 이들의 규칙에 의해 여자는 장님이 되는 벌칙을 받고 만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도시로 향하는데...


영화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이면서도 무언가 코미디라고 하기엔 음산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중요한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빰빰빰 빰빰빰 하는 소리가 긴장을 고조시켜주지만 어쩐지 너무나 전형적인 음악이라 김 빠지게 만드는 맛이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영화의 각본가 혹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로,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설정을 통해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의 일면을 풍자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동물이 되기가 두려워 억지로 거짓말해 가며 짝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역시나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억지로 연애나 결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풍자했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주류 사회에서 도망친 후 외곽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은 가식이 아닌 것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일 수도 있다.

넷째로, 숨어 사는 이들의 사회가 주류 사회보단 자유롭지만 역시나 잔혹한 규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에는 어디나 상상을 뛰어넘는 잔혹함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자유이므로 누구에게나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억지로 자신을 속여가며 사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언제나 자신에게 진실해야 하며 그 진실함에 대가가 따른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5년 동안 솔로로 살며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는다면 많은 이들이 나에게 무언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단지 내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줄 짝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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