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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28. 2019

나의 꿈 속엔 다른 사람이 없다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다 이런 댓글을 보았다.

내 꿈은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는거야. 내가 이런저런 플레이 방식을 알려주고, 게임을 통해 아이와 대화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거지.

 꿈이란 것에 다른 사람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겐 사뭇 충격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결혼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다. 결혼하기 위한 이상적 배우자의 조건으로 남자에게 집을 요구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설문조사, 통계, 기사 등을 보고서 타의적으로 마음을 접었다.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모아놓은 돈은 한 푼도 없고, 집을 산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도 한 5년 열심히 모으다보면 돈도 생기고 자그마한 집이라도 대출 끼고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그건 그 때 이야기고 지금 당장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결혼을 잠정포기하는 것 자체는 별로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여태까지 배우자 없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것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다. 당장 이뤄지지 못할 희망에 매달리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포기한 것이 나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살았다. '가정을 이루고' '배우자와 함께 아침을 먹고'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결혼을 해야 이룰 수 있는 모든 가정은 나의 꿈에서 전적으로 배제되어 버린 것이었다. 


 여러 번 생각해보아도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현실이 차가울지언정 꿈은 꾸어야 하는데, 벅찬 희망에 매달리기 싫단 이유로 마음을 놓았더니 이상적이고 따뜻해야 할 꿈마저 내 현실에 '걸맞는' 작은 것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꿈은 그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에 담긴 사람들의 염원의 느낌을 항상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도 주제넘게 다시 한 번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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