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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8. 2019

왜 경찰에서만 성평등을 찾을까?

대림동 경찰 폭행사건과 여경 문제의 본질에 관하여

 며칠 전부터 대림동에서 일어난 경찰 폭행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다. 주취자 2명을 남경 1명과 여경 1명이 지도 단속하는 과정에서 주취자 1명이 남경을 때렸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를 제압했는데 여경이 남은 1명을 제압하지 않고 우물쭈물하며 무전기만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동료를 보호하지도, 주취자를 제압하지도 못하는 여경이 대체 왜 필요하냐"며 다시 한번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에 더불어 KBS에서는 해당 영상을 조작하여 마치 여경이 주취자 제압을 마치고 미란다 고지까지 마친 양 보도하여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안 그래도 '무조건 여자 편'으로 보이는 현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지점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한다. 대림동 현장에서 여경은 동료를 보호하지도 못했고 가해자의 동료를 격리시키지도 못했다. 그러나 남경이었다면 100% 달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격투기 선수도 칼 든 상대에게 저항할 수 없듯, 공포심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주저하고 평소 생각과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반복적으로 여경 문제가 이슈가 되는 데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는데, 일단 여경의 선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특수직으로 '치안'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찰력이 없다면 늘 범죄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므로 강한 경찰력은 위해서 '강한 체력'이 우선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치안을 담당하는 특수직을 뽑으면서 성별을 이유로 체력 검정기준을 낮춰준다면 경찰에 의해 보장받는 우리 사회의 치안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정부는 한 번도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이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다른 기준으로 바꾸어 생각해 봐도 쉽다. 경찰 체력 검정에 있어 20살 지원자와 35살 지원자가 있는데 35살 지원자는 나이가 많으니 15% 정도 기준을 낮추어 통과시켜준다고 해 보자. 이걸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나 국민의 입장에서 체력이 뛰어난 경찰을 뽑는 게 맞으므로 동일한 기준하에 더 잘한 사람을 뽑는 게 맞지, 나이가 많으니 봐준다는 것은 어찌 보면 평등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경찰이 생겨난 목적을 생각하면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서 나는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는데, 현 정부에서 성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알겠는데 왜 그걸 하필 경찰에만 열심히 적용하려 드는 걸까? 경찰의 남녀 비율이 달라 여성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교사의 남녀 비율이 달라 남성의 권리가 침해받는 점은 어째서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여자만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에 약대 TO가 있어서 남자는 약사가 되기 훨씬 어렵다는 점은 어째서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러한 상황을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넘어가는 정부로서는 이번 대림동 경찰 폭행사건의 불만을 절대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 정부는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들도 언젠가는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고, 역사가 된다. 훗날 누가 보아도 이번 사건을 '오직 여자 중심의 성평등을 외치는 것에 눈멀어 사회적 치안은 외면한 페미니즘 정부의 실책이었다.'라고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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