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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8. 2015

혹시나 하고 사주보는 당신, 호구시구나

홍성국, <사주 궁합의 비밀을 밝힌다> 독후감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주 보는 걸 참 좋아한다. 아마 휴대폰에 '오늘의 운세' 등의 어플 한 번 안 깔아본 사람 없을 것이고, 신문에 나오는 '띠별 운세' 한 번 유심히 훑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애교고, 나가도 한참 더 나가서 사주가 안 맞다고 결혼을 무르거나 길일에 아이를 낳기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도 한다. 사주팔자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허황된 믿음 아래 자연스러운 사랑과 탄생을 뭉개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두고서 사람들은 '사주가 안 맞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미개인'을 외치고 싶다.


사람들이 사주에 환장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불확신은 불안으로 이어지고, 누구나 갖고 있고 감내해야 할 현실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것을 찾아다닌다.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가능성을 계산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말이다. 일단 비판하기에 앞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자체만은 인정한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정말로 사주팔자가 답이 되어줄까?


<사주 궁합의 비밀을 밝힌다>는 사주팔자를 보는 게 어째서 미래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하는지, 그 기원에서부터의 철저한 연구를 통해 밝힌다. 심지어 책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다. 필자의 집에도 사주팔자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책들을 보면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고 점점 헷갈리는 소리만 늘어놓았었는데, 사주팔자를 파훼하는 이 책은 정말 논리 정연하고 간단하다. 이것만 봐도 어느 쪽의 말을 믿어야 할지는 자명하다.


책의 내용을 모두 옮길 수는 없지만 사주팔자가 왜 엉터리인지 2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1. 처음에 역술가들은 사주를 볼 때 수태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 아기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수태시간을 대체 무슨 수로 알 것인가? 현대의학으로도 정확한 수태시간을 유추하기는 어려운데 하물며 생리주기와 정자 난자의 생존기간도 알지 못하던 고대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수태시간이 아닌 출생시간으로 기준 자체를 바꿔버렸다.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을 일부 역술가들의 뜻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당신의 운명은 그들에 의해 좌우될 만큼 가벼운 것일까?

2. 현대에서 사주팔자를 보는 역술가들은 용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팔자(八字) 중에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역술가들이 당사자와 대화를 하면서 알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ABCDEFGH가 있다면 용신이 A일 경우 당신의 삶은 이러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놓고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용신이 B일 경우의 운명을 다시 설명해서 확인하는 식으로 용신을 찾는다. 그런데 인터넷 사주는 어떠한가? 고작 생년월일시만 집어넣으면 끝이다. 용신을 찾지도 않는 셈이다.


책에는 이 외에도 사주팔자가 왜 엉터리인지 밝히는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서도 '그래, 엉터리긴 하지. 그래도 재미로 볼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을 위해 저자의 편집 후기를 옮긴다.


…미래의 한국인들이, 계속해서 과거의 헛것에 홀려 있다면 자존과 생존을 보장할 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이제 더 이상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이나 한 해 운수를 보는 풍습이, 교훈적이거나 재미있는 전통문화라는 미명 하에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자식들에게 은연중에 숙명론을 교육하는 문화이며, 따라서 그것은 집안이 망하는 문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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