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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07. 2016

더 이상 인생에 기대할 것이 없습니까?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 독후감

미래에 아무런 기대가 없고 과거만 회상하고 계신가요?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데 인생이 공허하게 느껴지시나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와 같은 실존적 공허를 겪고 계시네요


이제 더 이상 인생에 기대할 게 없고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다. 위의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좌절을 실존적 공허라고 부르며, 이것은 가난이나 사회적 부조리와 병폐에 의한 패배감과는 궤를 달리한다. 멋진 배우자와 직장을 가진 사람도 이러한 공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왜일까? 

인간은 언제나 인생의 의미를 갈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을 '의미추구 동물'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삶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생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옛날에는 삶의 의미를 전통적 가치에서 찾았다. 우선 (만국공통으로)  먹고살기 바빴고, 대부분 대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 안에서 가족의 생존과 유지 및 공동체 번영을 꾀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시대정신이라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이 많은 이들의 삶의 의미이기도 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70-80년대 우리 부모님들이 "내가 우리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오직 생존과 가족의 부흥이었던 공동의 목표는 어느 정도 부를 이룬 후 사라졌고, 다양성의 시대가 오면서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열려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한두 개의 선택지만 있을 때는 하나를 잘 선택하지만 너무 선택지가 많아지면 오히려 선택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신발 하나를 사면서 수많은 쇼핑몰의 수십 개 상품을 둘러보지 않는가).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아직까지 찾지 못한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말한다. 과연 어떻게 찾을 것인가? 크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의사(정신과면 더 좋고)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뉜다.


스스로는 삶의 의미를 찾을 때 말과 명상을 통해서 찾지 않는다. 의외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앉아서 생각하고 떠든다고 삶의 의미가 찾아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올바른 행동과 태도를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하려거든 구체적으로 인생에서 내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앞서 말했던 '가족의 부양'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제가 될 수 있다. 연로한 부모님 봉양하기, 자식이 장성할 때까지 잘 인도하기, 배우자와 안락한 생을 꾸리기, 프레카리아트와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책 쓰기 등... 

이러한 과제를 나 아닌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그 사람에게 삶의 의미가 주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샬롯 뷜러가 말했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사람들의 삶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며 공부하는 것뿐이다.”


의사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실존적 공허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삶의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또 자신이 못났기 때문에 이렇게 우울하고 괴로운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게 아니라 실존적 좌절은 지적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겪게 된다는 사실을 주지 시켜야 한다(미국과 유럽의 명문대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보면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높은 비율로 실존적 공허를 겪고 있다). 그리고 실존적 공허를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온(많은 것을 쌓아온) 과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다가올 미래는 공허하기 느끼는데, 지난 과거 속에 언제나 '의미'가 있었고 그 의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임을 일깨워줘야 한다.

의사의 경우에는 로고테라피의 실천에 대한 보다 의학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므로 더 알고 싶다면 이에 관한 논문과 책을 참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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