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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09. 2019

당분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그만두기로 했다

집착에서 멀어지기

 생각보다 오래 운동을 했다. 2016년 초에 버킷리스트인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2017년 9월 캐나다에 갈 때까지 일주일에 최소한 4일은 운동을 했다. 이고 지고 당기고 밀고... 그렇게 65kg의 체중이 80kg까지 불어났고 몸에는 우락부락한 근육이 붙었으며 캐나다에 갈 때쯤에는 1년 6개월의 운동경력자가 되어 있었다.

 캐나다에서도 어느 정도 아르바이트 스케줄이 고정된 후에는 운동을 이어갔다. Fit4less라는 체육관에 등록해 오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비는 1시간 동안 운동을 한 다음 오후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10시부터 2시까지 오전 아르바이트, 2시부터 3시는 운동, 3시부터 11시까지 다시 오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줄어가는 근육을 가만히 바라볼 수 없었고, 운동 후 근육에 찾아오는 충만감을 사랑했다.

 올해 한국에 돌아와 직장을 구한 뒤 가장 먼저 등록한 곳이 헬스장이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운동은 어느 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내 체중보다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때 느껴지는 묘한 쾌감과 운동 후 거울로 보이는 멋진 근육은 운동을 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부로 당분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그만두기로 했다. 오늘 갑자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지난 3개월간 충분히 생각한 뒤에 내린 결정이다.

 그만 두는 이유의 첫 번째는 내가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한의원에서 보내면서 거의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하니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근육을 만드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아졌는데 말이다.

 두 번째는 운동에서는 어느 정도 성취감을 맛보았기 때문에 동기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바디프로필 촬영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 물론 두 번째 촬영에의 도전도 가능하겠지만 예전보다 근무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그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몸에서 큰 변화를 주는 게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세 번째는 몸의 사이즈에 집착할 경우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사람을 넘어서 약물 사용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박승현 씨가 약물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열심히 경고하고 있지만 자기 몸을 키우는 쾌감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약물의 유혹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운동을 할 시간은 부족하고 몸은 키우고 싶다보니 어느 순간 약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약물을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전세계 1위 보디빌더가 되는 것이 아니요, 그렇다면 언제나 더 큰 몸에 대한 갈망이 일어 결국 나 자신을 파괴하고 말 것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네 번째는 운동을 순수하게 즐기던 시절로 돌아가 정신적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다. 순수하게 즐기던 시절이라 함은 목표를 두지 않고 즐기던 때다. 자전거를 탈 때 용산에서 남산까지 가봐야지~ 하는 목표는 즐길 수 있는 목표지만 남산을 8분만에 올라가야지! 하는 것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목표다. 그런 목표는 고통을 불러 일으킨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치면 40kg 벤치프레스 5세트 하는 것은 즐길 수 있는 목표지만 10월까지 벤치 프레스 최대 중량을 70kg로 늘려야지! 하는 것은 고통이 있는 목표다. 이제는 성취감을 위한 한계 극복식 운동보다는 즐거움을 위한 순수 활동을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이 내가 앞으로 평생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다. 다만 일상에서 지켜나가야 할 많은 것들 중 조금은 지나친 비중을 두고 조금은 집착을 갖고 있었던 것에서 마음을 조금 덜어내고 힘을 빼겠다는 한가한 이야기다.


운동을 순수하게 즐기던 시절로 돌아가 정신적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다. 순수하게 즐기던 시절이라 함은 목표를 두지 않고 즐기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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