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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01. 2019

최강의 식사라니, 대체 어떤 식사란 말인가

데이브 아스프리, <최강의 식사> 독후감

인생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식

완전무결

2주 다이어트


"운동 없이 매일 0.5kg씩 살이 빠지고, 아이큐를 20이나 올린다!"


 봐도 봐도 과한 카피다. 

 그렇지 않은가? 여태까지 내 나름 최선을 다하며 쌓아온 인생을 바꾼다질 않나, 완전하며 아무런 결함이 없다고 하질 않나, 2주밖에 안 걸리는데 운동도 안 하고 매일 0.5kg씩 살이 빠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나로선 '완전무결'이란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에 결함 없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마저 비판받는 구석이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기왕 집어 든 책이니 읽어보았다.


무엇이 최강의 식사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최강의 식사는 한마디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다. 아침에는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듬뿍 넣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점심에는 아보카도와 스테이크를 먹으며, 저녁 역시 연어와 아보카도로 깊은 풍미를 즐긴다. 아주아주 기름진 식사지만 이 식사 안에는 탄수화물이 없다. 이것이 바로 탄수화물은 제외하고 지방은 마음껏 섭취하는 '저탄고지(Low Carb High Fat의 앞글자를 따서 LCHF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단의 전형이다.

 사실 저탄고지는 데이브 아스프리가 처음으로 개발한 식단은 아니다. 북유럽, 특히 스웨덴에선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식사법이다. 다만 데이브는 여러 가지 식단을 시도한 끝에 저탄고지야말로 최강의 식사라는 결론을 내린 것뿐이다.


왜 저탄고지인가?

 많은 말들이 그러하듯이 저탄고지의 핵심도 뒤보다는 앞에 있다. '고지'보다는 '저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저탄이 중요할까?

 우리를 살찌게 만드는 영양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흔히들 배에 지방을 끼고 있으니 지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몸에 붙어 있는 지방은 지방을 흡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지방이 잘 흡수되고 우리 몸에서 생겨날 거라면, 치킨을 일주일에 두 번씩 먹는 우리 민족의 등에는 날개가 돋아났어야 한다. 

 사실 우리 몸의 지방을 만드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다. 과량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그것을 저장하는 형태가 지방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우리 몸에선 지방을 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다이어트가 무엇인가? 근육은 놔두고 지방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저탄고지가 최강의 식사가 되는 것이다.


진짜로 하루 0.5kg씩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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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바디프로필 촬영 과정에 대해 책을 쓰면서 기술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탄수화물의 체중 증가 효과는 강력하다. 그래서 탄수화물만 줄여도 살은 갑작스럽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빠지는데, 흔히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들은 저탄고지보다는 고단백 식단을 택한다. 근육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니 근육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최대한 많이 섭취하겠다는 뜻이다. 나도 1주일 이상 탄수화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무탄수화물 식단'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내 체중은 일주일에 2.5kg 다시 말해 하루에 0.3kg 이상 계속해서 빠졌다. 하루에 1kg의 닭가슴살과 한 줌의 아몬드, 그리고 많은 양의 채소를 먹었음에도 말이다. 왜겠는가? 그렇다. 탄수화물이 체중 증가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저탄'고지'를 한 건 아니지만 '저탄'의 맥락에서는 같기 때문에 이야기한다.


내가 실제로 시도 중인 '최강의' 식사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이 최강의 식사를 현재 시도하고 있다. 10월 25일에 시작했으니 이제 딱 일주일이 된 셈이다. 그동안 체중은 얼마나 줄었을까? 일주일이면 0.5kg*7일이니까 3.5kg가 빠졌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내 체중은 일주일간 1.5kg가 줄었다. 하지만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다. 그전에 나는 이미 탄수화물을 되도록 적게 먹는 쪽으로 식이요법을 하고 있었는데 1개월간 겨우 1kg가 빠졌을 뿐이다. 그런데 방법을 바꾸어 저탄고지를 하자 버터와 고기와 아보카도를 먹고 있는데도 (그리고 심지어 중간에 나는 캠핑을 가는 바람에 4끼 동안 라면, 파스타, 찐빵 등 온갖 탄수화물을 다 섭취했다!!!) 일주일 만에 1.5kg가 빠진 것이다. 효과 인정? 매우 인정이다.


그러나 '완전무결'은 역시 아니다

 세상에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 그런 맥락에서 이 저탄고지 다이어트도 절대 완전무결하지만은 않다.

 일단 풍부한 지방을 섭취해 공복감을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적게 섭취하면 열량이 아니라 '당 그 자체'에 대한 갈망이 일어난다. 그것은 배가 부르냐 아니냐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개인의 의지로 극복해야만 한다.

 또 마냥 건강에 좋은 것만도 아니다. 당질 섭취를 제한하기 때문에 탄수화물 중독으로 인해 제 기능을 잃어가던 인슐린은 회복되지만 대신 지방을 많이 섭취함으로 인해 식사 후 혈중 지질농도가 올라가게 된다. 고지혈증 환자에게는 더욱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에게는 정말 힘든 다이어트 방법이다. 김밥천국을 가도 일단 공깃밥 하나를 놓고 시작하는 게 우리나라 식당의 문화이며, 우리가 즐겨먹는 국밥, 해장국, 백반, 떡볶이 어디서나 우리는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다. 일단 누구를 만나려면 탄수화물을 피할 수가 없는 게 한국의 식문화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온전히 하면서 저탄고지를 실행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공복감에 패배해 온 이들에게 권한다

 권하고 싶은 대상은 모든 종류의 다이어트를 시도해 봤으나 오직 허기짐, 공복감 때문에 무너져 왔던 다이어터들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정말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소고기를 한 근씩 먹어도 절대 살이 찌지 않으며, 매일 버터로 조리한 음식을 먹어도 된다. 공복감만큼은 확실하게 잡아주는 것이다(그러나 앞서 말했듯 당에 대한 욕구는 별개의 문제다).


 세상엔 참 많은 다이어트와 식이요법이 있고 <최강의 식사>에서 제시하는 저탄고지 식이요법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시도해 본 적이 없고, 책의 내용에 공감한다면 한 번 도전해보라! 제대로 실천했을 때 살이 빠진다는 것만큼은 저자와 내가 함께 보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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