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Nov 07. 2019

아마도 우리 몸엔 '일 근육'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나는 주 5.5일을 일하는 노동자다. 한 주는 월화목금토 일하고, 한 주는 월화수목금토 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한지 일 년 가까이 되었는데 나는 요즘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이유는 전적으로 일하는 일수와 그로 인한 피로도 때문이다.

 5일을 일하는 주에는 월요일에도 생기가 넘친다. 이틀만 일하면 하루를 쉴 수 있다는 가시적인 희망이 있기 때문에 월요일도 화요일도, 일도 취미도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일의 능률도 좋고 내 기분도 좋다.

 6일을 일하는 주에는 월요일이면 바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쭉~ 일해야 산다는 사실이 한 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어깨를 짓누른다. 곧바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혀 월요일 아침부터 몸을 사린다. 일도 적당히 하고, 취미생활에 시간을 쓰기보다 일찍 잠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주일 동안 한결같은 체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주 다르게 생활하다보니 주 6일의 단점은 시간이 갈수록 극명하게 두드러진다. 6일 일하는 주가 되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세상 일이 회색빛으로 보인다. 그저 빨리 퇴근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두뇌를 지배한다. 이런 생활이 자꾸만 반복되다보면 정신질환에 걸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주 6일을 일하면서도 어떻게든 즐겁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매주 주 6일만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격주로나마 하루를 쉬는 것이 객관적으로 나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싶다.

 나는 캐나다에 있을 때 주 7일, 그러니까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는 생활을 3개월 정도 지속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육체적으로 지치는 건 당연히 있었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홀로 살아가며 경험치를 쌓는다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겪는 보통의 직장생활은 그러한 특별함도 없고 즐거움도 없다.

 어제는 나에게 문제가 있나 싶어서 고민을 해 봤다. 혹시 내가 직장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가? 내가 이 직장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면 더 보람차고 즐겁지는 않을까?

 하지만 나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더 노력해야 하는지 찾을 수 없었다. 지금도 매 순간 찾아오는 환자들을 성심껏 보고, 최대한의 지식을 동원해 침을 놓고 약을 짓고 예후를 설명해준다. 물론 가끔씩 서비스멘트도 잊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더 이상 뭔가를 더 잘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어쩌나, 인정하는 수밖에. 내가 매일 운동할 수 있는 근육은 있을지언정 매일 일할 수 있는 일근육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주 5일 일하는 직장을 위주로 찾아다니는 것이 나의 커리어와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글을 살기 위해서 써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