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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24. 2016

바보야, 문제는 프레임이야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독후감

이 책은 읽어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혹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그 내용을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에 대해 들은 것은 꽤  오래전이고, 작년 새해 목표를 세울 때 1순위로 읽을 책이었는데, 한 해가 지나 이제야 다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누구나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이 내용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왜 그걸로 책을 써야 하는가? 

핵심은 코끼리를 생각하기 않기 위해서 코끼리를 생각해야 하듯이, 무언가를 부정할 때도 동일한 프레임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조지 부시 정부는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구제라는 것은 고통에서의 구제를 의미하므로 세금 구제라는 말 속에는 '세금은 곧 고통'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얼마 후 '중산층을 위한 세금 구제'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의 세금 구제가 재벌을 위한 것이었다면 민주당의 세금 구제는 중산층을 위한 것이지만, 둘 다 동일하게 구제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세금은 곧 고통'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한 것이다. 이것이 보수가 프레임을 사용해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학자로서 이러한 문제에 주목했다. 사실과 진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떤 언어를 사용해 나타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방식이 변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프레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의 언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보수적 가치관이 자리하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면 진보가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무작정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반복 사용하자는 뜻은 아니다. 저자는 정확히 이렇게 표현한다.

프레임을 다시 짜는 것은 단순히 말과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념'에 관한 문제다.

저자는 진보주의야말로 미국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임을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는 원인을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이 같다. 국가를 떠나,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진보주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미국이 추구해야 해 왔고 앞으로도 해야 할 진보주의의 가치 예시로 노예 해방, 여성 참정권 쟁취, 노동조합 운동, 군대 내 인종차별 철폐, 시민권 운동, 환경운동, 동성애자 권리 운동을 들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예시로 전태일의 노동권 운동, 김대중의 평화통일 운동, 임태훈의 군인권센터 등을 들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권리, 국민의료보험, 기초생활수당 등이야말로 진보가 주창하는 것들의 현실 구현 아닌가? 이에 비해 보수는 인간에 대한 어떠한 사랑도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다. 노동권을 짓밟아 으깼던 박정희, 시민 진압에 탱크를 동원한 전두환, 전국의 강토를 파헤치고 제 주머니 채운 이명박, 위안부 협상을 은밀히 졸속 타결한 박근혜, 이들의 어디에서 약자에 대한 믿음과 정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조지 레이코프는 이런 '프레임을 벗어난' 투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 옳은 것이 항상 승리하지는 않았다. 인류가 긴 역사 속에서 진보를 향해  나아갈지언정 지금 이 순간에는 보수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진보가  더욱더 열심히 연구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고, 그것이 유권자의 머리에 이해될 수 있게 알맞은 프레임을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보수주의자들이 '엄격한 아버지적 도덕관'에 따라 집결하여 싸우듯 많은 진보주의자들도 '자상한 어머니적 도덕관'에 따라 길고 긴 싸움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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