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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25. 2016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 사이의 균형

이철희, <정치썰전> 독후감

시중에 나오는 정치서적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아니, 정확히는 정치에 대한 시각 자체를 둘로 나눌 수 있겠다. 이상을 주장하는 시각과 현실을 직시하는 시각이다. 이상파는 현실파를 보고 비겁한 타협자들이라 하고, 현실파는 이상파를 보고 현실도 모르는 망상자들이라 한다. 둘의 간극은 메우기 어렵다. 그러나 이철희는 달랐다. 그는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합리적으로 제시했다. 이상파도 현실파도 읽을 수 있는, 그리고 보수도 진보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상의 내용을 읽기 전에 하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정치적으로 反새누리당 주의자다. 언제나 친기업 친재벌 친권력적 행보를 걸어온 새누리당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뿐이며, 심지어 그 내부의 병역기피와 논문 표절, 금품수수, 거기에 성범죄 이력까지 따져보면 어느 정당보다도 오염도가 높다. 그렇다고 내가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다. 지금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행보에 따라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진보정당이 아니며, 새누리 2중대라는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닐 정도로 정치적 노선을 애매하게 잡고 있다.


이러한 나의 시선에 이철희의 정치썰전은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민주당을 무턱대고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유 없이 민주당만 줄곧 까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최근의 한국 정치판을 가장 정확히 분석하고 앞으로 더 나은 정치를 위해 나아갈 길을 제시한 책이다.

이철희는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선거에서 그렇게 무참히 패배했으면서도 민주당은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소선거구·단순다수제인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언제나 2인자의 자리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항상 진보는 옳고 보수는 틀렸다는 소리만 반복한다. 한두 번은 그렇게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늘 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선거 결과를 통해 보듯이 그렇지 않다.

영화 <셀마>를 보면 마틴 루서 킹은 현실 정치가가 아니라 운동가였음에도 시종일관 승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저 옳은 것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에릭 홉스봄의 표현에 빗대자면, 세상은 전략에 의해 좋아진다.

민주당도 옳은 것을 떠나 전략을 구상하지 않으면  패배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두고 그들의 위기에 대해서 말한다. 박근혜를 이어나갈 보수의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너무나 민감하고, 무조건 복종을 원하기 때문에 누군가 커 나갈 방법이 없다. 박근혜 자신은 이명박과 세종시를 두고 대립하면서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지만, 유승민이 원내대표로서 항명한 것을 두고는 가차 없이 찍어내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요즘 선거 현수막을 보면 알 수 있듯, 새누리당은 모든 선거운동에 박근혜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친박, 진박을 넘어 이제 '피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 새누리당의 선거 풍경은 사실 정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말을 잘 듣겠다 다짐하는 것이 삼권분립 국가에서 말이 되는 일일까?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선거풍토가 그렇고, 실제로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국회의원 득표율을 보장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씁쓸한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불안하게 한다.

결국 이철희가 말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국민과 나라에 보탬이 되게 일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민주당이 잘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언론에서야 새누리당이 보수고 민주당이 진보라 하지만, 이철희가 지적하듯 무상급식 말고는 민주당에서 전적으로 추진한 진보의제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2016 총선 결과도 불 보듯 뻔하다. 김부겸처럼 진실성이 있고 스타성이 있는 사람은 당에 상관없이 당선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무능해 보이는 민주당보다 기존에 권력을 잡고 있는 새누리당에 투표할 사람이 더 많을 테니 말이다.

정당이 문제의 프레임을 설정하고 이슈를 정의해야 한다.

민주당에 말하고 싶다. 지금  인재영입하는 것 무척 좋다. 박주민 변호사, 표창원 전 교수, 김종인 교수 등 모두 사회 발전을 위해 큰 몫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제가 없다. 진보라면 이재명 시장처럼 교육복지, 의료복지, 빈곤에 대한 생활복지 등을 주장해야 하고, 진보가 아니라면 최소한 새누리당보다 보수 의제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전문성과 전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고 총선에 또 패배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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