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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Nov 28. 2019

아직도 델마와 루이스가 회자되는 이유

 어릴 때부터 항상 궁금했다. 왜 여성 2인조만 나오면 다 '델마와 루이스'라고 하는 걸까? 나는 그들이 차를 몰고 절벽으로 돌진하는 장면의 패러디를 무수히도 많이 보았고, 당찬 여성 2인조가 항상 델마와 루이스로 불리는 것을 보고 자랐지만 실제 그 영화를 보진 못했다. 그러다 어제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영화는 아직도 회자될 만하구나.


 여러 이유 중에서 이 영화가 계속 회자될 첫 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영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91년도 작이고 그 때는 전세계적으로, 미국도 예외없이 여성의 인권이 남성에 비해 약하던 시절이었다. 남자가 바깥 일을 하고 여자가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될 때, 가부장적인 남편의 감시 아래 답답한 삶을 살아오던 델마가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다. 이틀 간의 휴가를 위해서. 아주 놀라운 변화다.

 델마는 술집에서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춤을 추지만 잠시 방심한 틈에 강간 당할 위기에 처한다. 루이스는 델마를 구해내고, X이나 빨라는 남자를 쏘아 죽여버린다. 나중에는 도로 위에서 계속 만나던 트럭 운전수에게 성희롱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며, 그가 응하지 않아 차를 터뜨려버린다. 한마디로 기존 남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던 범죄에 대한 반격이고 응징이다.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이 복수에 관객은 환호하게 된다. 아마도 이렇게 당찬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나쁜 남자를 응징하는 영화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회자되는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가 아니라 다른 여자들일 테니 말이다.

 영화 롱런의 두 번째 이유를 꼽자면 델마와 루이스가 비단 '전통적인, 답답한 여성상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외치는 인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참된 자유'를 갈구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포스터에 있는 두 여인의 아래 쓰인 문구를 보자.

 Somebody said get a life...so they did. (누군가 인생을 살라고 하기에, 그들은 그리 하였다.)

 우리는 매일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우리의 인생을 쌓아가지만 실제 우리가 원하는 인생은 이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한 달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식량과 집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싫어도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생계를 위해 살아가다보면 어느 새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은 잊게 되고, 나중에는 하려고 해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생존만 해 왔지 인생은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델마와 루이스 역시 그러한 삶을 살고 있었다. 델마는 전형적인 가정주부로 일탈 한 번 해 보지 못했고, 루이스는 텍사스에서 성폭행을 당한 상처 때문에 남자들에게 마음을 닫고 그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과감하게 이틀 간 휴가를 내기로 결심하면서 인생을 바꿀 계기를 맞는다. 비록 일련의 불우한 사건으로 인하여 장밋빛 인생에 도달하지는 못하였으나 그것은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가 시대를 지나도 여전히 형성되기 때문에 델마와 루이스는 명작영화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90%는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집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권한다.

 떠나라!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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